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는 큰 곤경에 빠졌습니다. 회사 인터넷 쇼핑몰 담당자 B씨가 정가 9만9000원인 물건을 '0'을 하나 뺀 9900원에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잘못 기입한 탓에 졸지에 90% 파격 할인 판매를 해버린 셈인데요. 파격적인 가격이 입소문을 타면서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덕분에 회사 손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눈치를 챘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무엇에 씌였는지 제품이 출하될 때까지 아무도 가격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비해 확 불어난 판매량을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하건만 어떤 직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급기야 고객 배송까지 이뤄졌습니다.
이 상황을 처음 인지한 건 A대표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습니다. 고객들의 양해를 얻어 물건을 회수한다고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울러 90% 할인가격에 물건을 산 고객들이 순순히 물건을 돌려줄지도 의문입니다.
◇알고 보니 직원 실수…돌려줘야 할까
고객의 입장에선 저렴한 값에 이른바 '득템'한 물건이 판매자의 일방적 의사로 취소된다면 허탈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업체 측이 판매 후 3일 이내에 오기재된 가격 문제로 반품과 환불을 안내한다면 소비자는 이에 따라야 합니다.
상품의 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판매자는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권리가 있고 구매자는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을 보고 상품 구매의사를 결정하면 됩니다. 민법은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법에도 유사한 규정이 존재합니다.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3영업일 안에 소비자에게 당해 사유를 알린 뒤 환불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요. 여기서의 '제품을 공급하기 곤란한 이유'에는 가격 오기재, 재고 수량 파악 실수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가격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판매자의 중대 과실이 있었다면 계약 취소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잘못 적었더라도 10% 이내 등 통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범위의 할인이라면 착오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거죠. 아울러 가격 오기재를 3영업일 이후에 알아챈 경우에도 환불 요청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A씨 사례의 경우 판매액의 90%가 할인되는 등 매매 가격과 표기 오류 가격이 크게 차이나므로 상황을 알리고 양해를 구한다면 고객들은 받은 물건을 돌려줘야 합니다.
회사 측의 일방적 환불 결정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는데요. 업체 부주의로 인한 환불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면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직원 실수로 가격을 잘못 표기한 인터넷 쇼핑몰이 구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례에서 위원회는 고객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쇼핑몰로 하여금 고객에게 구매 제품 정가(58만9000원)의 10% 상당인 6만원짜리 쇼핑몰 쿠폰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가격 오기재 후 환불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취소 사유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판매자에게는 구매자가 결제한 24만2000원의 20∼30%을 배상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실수한 직원이 회사 손해 배상해야?
A대표는 B씨를 비롯해 업무상 부주의로 사태를 키운 모든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시말서 제출과 추후 1년간 100만원의 연봉 감봉이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하는데요. 이에 직원들은 "너무 가혹하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업무상 발생 가능한 사소한 실수의 경우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를 통해 경제적 수익을 누리는 만큼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육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담당 업무를 충분히 주지시켰음에도 규정 위반이나 부주의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감봉 등 징계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A대표는 직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감봉 처분을 취소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직원의 업무상 과실에 따른 징계는 전적으로 사용자 의사에 달렸으므로 A대표의 감봉 결정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감봉의 정도가 지나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월급여 총액의 10%를 초과하는 만큼은 감봉할 수 없습니다.
해고는 어떨까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즉시해고가 가능합니다. 반면 큰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그 원인이 근로자의 고의 아닌 과실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회사 측에 직원의 실수를 막기 위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 이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도 존재합니다.
아울러 피해액이 크다면 회사 측은 B씨 등 실수한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손해의 존부와 구체적인 손해액에 대한 입증책임은 회사 측에 있습니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3879 판결) 법원은 근로자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이때 재판부가 회사 손해와 직원의 부주의 사이 상당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한다고 해도 손해액을 모두 배상받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업무상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사측에 손해를 끼쳤다고 해도 근로자가 손해 전부를 배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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