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비번 없는 노트북 해킹… 내용탐지죄 무죄

학운 2022. 4. 26. 21:20

타인의 노트북을 해킹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어도, 노트북에 비밀번호나 보안 설정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3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9월 회사 동료 B씨의 노트북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B씨의 카카오톡·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고, B씨의 계정에 접속해 메시지 내용과 사진 등을 40차례에 걸쳐 내려받은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행위와 메시지 내용 등을 다운로드한 행위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행위 자체는 무죄로 판단했다. 내용탐지죄를 다루는 형법 제316조제2항은 ‘봉함이나 비밀장치 한 사람의 편지, 문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아낸 자’를 처벌하도록 하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체는 특수매체기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의 형량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낮췄다.

대법원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행위는 무죄라고 봤다. 다만 그 근거를 다르게 들었다. 대법원은 “아이디 등은 전자방식에 의해 피해자의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으로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더라도 ‘봉함·비밀장치가 돼있지 않은 것은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내용을 알아냈더라도 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