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채권채무·손배소송

동네 개가 먹어치운 집앞 배달 햄버거…보상받는 방법 있다

학운 2021. 12. 1. 19:06

얼마 전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햄버거를 주문한 A씨. 요청사항란에 '배달 후 문 앞에 두고 문자 달라'며 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배달 일이 바빴던 배달기사 B씨는 A씨 집 문앞에 음식을 둔 후 이를 알리는 걸 깜빡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A씨가 문자를 기다리는 사이 동네 떠돌이개가 배달 완료된 햄버거를 가로채간 겁니다. 뒤늦게 배달된 햄버거를 찾아나선 A씨는 떠돌이개가 햄버거를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야 맙니다. A씨가 햄버거가게에 전화를 해 항의하는데요. 햄버거가게 측은 "다음에 주문하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개에게 도둑맞은 햄버거, 누가 배상해줘야 할까요?

◇가게 측에 햄버거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면

공동현관은 공동주택 거주자 모두가 접근 가능한 장소입니다. A씨가 별도로 '문 앞에 배달 후 연락을 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배달기사의 행동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비단 떠돌이개뿐 아니라 다른 주민도 얼마든지 음식을 가져가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법상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때는 수하인(배달시킨 고객)은 송하인(음식점주)과 동일한 권리를 취득합니다. 운송물 도착 후 그 인도를 청구할 때 비로소 수하인의 권리가 송하인의 권리에 우선합니다. 이런 법리를 적용해 손님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배달음식의 소유권은 아직 점주에게 있다고 본 과거 판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다240496 판결)

물론 아직 배달 중인 음식물 분실에 대한 유사 판례가 없어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고객이 주문한 음식물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까지는 음식점주의 소유로 볼 수 있는 거죠. 따라서 B씨는 점주의 음식을 A씨가 수령하게 만들지 않아 결국 분실하게 만든 셈입니다.

이 경우 A씨는 '음식 주문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점주에게 음식을 다시 가져다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점주는 "다음 주문 땐 안 그러겠다"고 말할 게 아니라 A씨에게 음식을 다시 보내줘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B씨에게는 부주의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양한 배달 사건사고…배달앱의 입장은

요즘 많은 배달기사들은 배달앱의 이름을 달고 근무합니다. 이번 사례와 같은 배달기사 개인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배달앱에게도 지울 수 있을까요?

이때는 배달기사가 배달앱 회사에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인지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만약 배달기사가 업무 관련 지휘·감독을 받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구조로 근무한다면 이들 업체는 이 손해를 분담해 배상하는 사용자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다수의 배달기사들이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회적이고 비정기적인 일자리를 구합니다. 나아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일이 잦고 1건당 보수를 받습니다. 이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이상 일종의 개인사업자로 봅니다. 음식 분실 등의 배달사고 발생 시 과실책임주의에 따라 온전히 기사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배달앱이 급성장하며 이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이용할 땐 ‘음식의 주문’ 및 ‘주문한 음식의 배달’ 까지 계약의 내용에 포함되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더라도 배달앱이 책임질 부분이 아예 없다는 건 불공평하다는 거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배달앱 사업자가 소비자와 체결하는 이용약관 속 불공정 조항을 시정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는 배달 사고 발생 시 배달앱에게도 법적 책임이 주어진다면 이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기견 관리소홀 책임은 누구에게A씨의 햄버거를 당당히 물고 가 한 끼 식사를 끝내버린 개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을까요? A씨가 '떠돌이개'라고 서술한 것으로 보아 유기견으로 추정되는데요. 원칙적으로 유기견에 대한 보호는 지자체의 몫이지만 미처 관리되지 못한 한두마리의 유기견이 사람을 상대로 금전적·신체적 피해를 입혔다고 해서 배상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실제로 유기견에게 공격받던 이웃사람을 도우려다가 같이 부상을 당한 행인이 그 이웃사람에게 치료비 일부를 청구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도의적으로는 배상해줄 수 있겠으나 이런 상황에선 현행법상으로는 배상을 강제할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처럼 판례 또한 유기견으로부터 받은 피해는 배상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다만 예외적으로 A씨의 햄버거를 훔쳐간 그 개가 평소에도 동네에서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다니는 바람에 여러번 민원이 접수된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주민 항의가 이어지는데도 지자체에서 오랫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런 피해가 발생했다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피해액이 작다보니 실제 법정 싸움을 벌일 확률은 극히 적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