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얼마 전 길에서 30만원 가량의 돈뭉치를 주웠습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서에 찾아가 이를 신고했습니다. 돈뭉치의 주인은 폐지 줍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 B씨로 밝혀졌습니다. B씨는 "두 달 내내 일해서 모은 돈"이라며 사례금을 한푼도 못 주겠다고 합니다. A씨 또한 굳이 돈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답하며 사건은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 보였는데요.
그러나 A씨가 이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리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면 사례금은 필수로 줘야한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오죽 사정이 어려우면 그랬겠냐"며 B씨를 두둔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 상황,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얼마 주실래요?" 보상금 요구는 정당한 권리
A씨는 사례금 지급이 어렵다는 B씨의 사정을 이해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B씨는 A씨에게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집니다.
길에서 타인이 잃어버린 돈이나 물건을 주우면 경찰에 알려야 합니다. 습득물은 신고 이후 유실물센터로 옮겨집니다. 습득물을 공고한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원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주운 사람)가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이때 새로 소유권을 갖게 된 습득자는 3개월 내로 유실물을 찾아가야 합니다. 습득자도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유실물은 국고로 귀속됩니다.
만약 경찰이 B씨를 찾지 못했다고 가정한다면 6개월 후 돈은 A씨 것이 될 수도 있었던 거죠. 그러나 실제로 돈은 원래 주인인 B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본래 소유자에게 유실물을 돌려줬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유실물법에 따라 물건 가액의 5~20% 범위 내의 금액을 받게 되는데요.
이번 사례의 경우 최소 1만5000원에서 최대 6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법은 그렇지만 실제로 받는 금액은 훨씬 적습니다. 보상금은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이기에 22%만큼의 세금을 제하게 됩니다.
B씨처럼 돈의 원 주인이 보상금을 못 주겠다고 주장한다면 습득자는 소송을 통해 이를 받아낼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분실한 수표를 주운 호프집 종업원이 해당 고객에게 보상금을 청구한 사례에서 재판부는 종업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 1967. 5. 23. 선고 67다389 판결)
다만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습득자 또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 합니다. 보상금 청구는 물건을 주운 이후 7일 이내에 경찰에 신고했다는 전제 하에, 유실물 반환 이후 1달 이내에만 가능합니다.◇보상금 청구에도 법칙이 있다보상금 청구권은 물건 습득자의 정당한 권리이긴 하지만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선 몇 가지 지켜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물건을 줍자마자 반드시 신고를 진행해야 합니다. 보상금을 받을 목적으로 주운 물건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점유이탈물횡령이란 잠시 원래 주인의 점유를 벗어났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주인에게 있는 재물을 가져가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원 소유자 본인이 분실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더라도 죄의 성립에는 영향이없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돈을 못 받을 바에는 분실물을 가져버리겠다'는 식의 불법영득의사가 입증돼야 합니다.지난해 9월 택시 안에 휴대폰을 두고 내린 승객과 기사 사이 보상금을 두고 법정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휴대폰을 주운 택시 기사는 미터기를 찍은 채로 직접 이를 돌려주러 가겠다고 한 반면, 고객은 돈을 주는 대신 친구를 보내 휴대폰을 찾아오겠다고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는데요. "설마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는 택시기사의 말에 고객은 택시기사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고소했습니다.서울중앙지법은 택시기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택시기사의 발언을 금액을 정하지 않은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하더라도 이런 점만으로는 (기사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유실물 보상금 문제가 형사소송까지 이어진다면 보상금보다 소송에 드는 돈이 더 많아지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겠죠. 유실물을 습득했다면 일단은 허용 기간 내에 물건을 온전한 상태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나아가 법정 보상금 가액보다 더 적은 돈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현금이 아닌 수표를 주웠을 때인데요. 수표나 약속어음 등 유가증권은 분실로 인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는 수가 많습니다. 이때문에 수표나 어음 분실 시의 보상금은 액면금액 전부를 기준으로 산정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분실수표가 선의·무과실의 제3자에게 들어가서 입을지 모르는 불이익의 기준을 보상금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1977. 1. 11. 선고 76다2665 판결) 실제로 분실됐다 주인을 찾은 고액 수표의 보상금 기준금액을 액면 가액의 20분의 1로 보고 그에 따른 보상금을 건넨 사례가 있습니다.
길이 아닌 건물 안에서 물건을 주웠다면 건물 주인과 보상금을 반으로 나눠야 합니다. 건물이나, 버스, 지하철, 배 안에서 물건을 습득하면 물건을 실제로 습득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실내 공간의 관리자를 유실물법상의 습득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유실물법 제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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