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채권채무·손배소송

잘못 나온 음식 값 내라는 식당

학운 2021. 12. 1. 19:22

중학생 A양은 최근 한 식당에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 억울한 일을 겪었습니다. A양은 고등어구이를 주문했지만, 식당 주인 B씨가 갖다준 것은 꽁치구이였는데요. A양이 "이거 고등어 맞냐"고 물어보자 B씨는 "깜빡했다. 다시 해줄 동안 밥이 식으니 꽁치는 고등어 나올 때까지 먹고 있으라"고 답했습니다. B씨의 말에도 고등어가 먹고 싶었던 A양은 꽁치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는데요.

계산할 때가 되자 B씨가 황당한 주장을 합니다. 꽁치와 고등어값 모두를 받겠다고 한 것입니다. B씨는 "내가 실수한 건 맞지만 네가 생선 두 마리를 모두 먹었으니 그만큼의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지고 드는데요. A양은 왜 식당 주인의 실수를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려서 개념이 없다"며 호통치는 B씨에게 주눅이 들어 계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 주문과 다른 음식값은 계산 불필요

A양은 B씨에게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보면 일종의 민법상 계약에 해당합니다. 계약이란 양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합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A양은 "고등어구이를 주문하겠다"는 청약을 했고 B씨는 이를 승낙했습니다. B씨에겐 다른 어떤 메뉴가 아닌 고등어구이를 만들어 A양에게 전달해줄 의무를 집니다. 뜬금 없이 꽁치구이가 도착했다면 주문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셈인데요. 이럴 땐 B씨가 고등어구이를 다시 만들어서 배달해주는 게 원칙입니다.

이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메뉴를 바꾸기 번거로우니 그냥 꽁치를 먹는 방법입니다. 이는 민법상 대물변제의 일종입니다. 대물변제란 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던 급부 대신에 다른 급부를 제공함으로써 본래의 채권을 소멸시키는 형태의 계약을 말합니다. 즉 B씨에게 있던 '고등어구이' 채무를 A양과의 합의 하에 '꽁치구이'로 비겨 없애는 겁니다. (민법 제466조)

A양은 원래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주문을 잘못 받은 바람에 꽁치 한 마리를 버린 B씨 입장에서 속상할 수는 있겠죠.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비나 인건비 등은 B씨 부담입니다. A양은 불완전한 계약을 완전하게 이행해달라고 한 것일 뿐인데다 계약 불이행에 A양 과실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B씨 말대로 A양이 생선 원가 명목의 돈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B씨가 꽁치구이 접시를 내밀며 했던 "새 메뉴 나올 동안 먹고 있어라"는 말이 애매하게 해석된다고 해도
돈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A양에게 꽁치구이에 대한 가액도 받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O원만 내면 꽁치구이도 줄게. 먹을래?" 등의 명확한 제안을 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두 사람 사이 두 번째 계약이 체결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때 B씨의 '잘못 나온 꽁치구이를 팔려고 제안하는 행위'가 새로운 청약이 됩니다. 청약은 승낙이 따라오면 바로 계약이 확정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합니다. 즉 청약 안에는 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계약의 핵심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기준 정도는 존재해야 합니다.

이 사연을 예로 든다면 B씨가 팔려는 음식이 고등어인지 꽁치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계약의 양 당사자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이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



◇'바가지 상술' 이라고 생각된다면

A양 사연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분을 표했습니다. "어린 손님이 오니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B씨가 상습적으로 주문을 일부러 잘못 받은 뒤 고객에게 두 메뉴 모두를 먹게 만들고, 계산할 때 두 배로 돈을 받아왔다면 별도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판매자가 물건을 팔며 이익을 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하면 흔히 '바가지'라고 부르죠. B씨가 A양에게 바가지를 씌운 거라면 사기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을 속이는 행위와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바가지 사기의 기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바가지를 씌운 정도가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춰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인지를 보는 건데요.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면 기망행위가 인정돼 사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08. 4. 3. 선고 2006고단2654)

실제로 바가지 씌우기에 대해 사기죄 유죄가 선고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한 미용실 원장이 장애인에게 염색비용으로 50만원을 청구해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만 골라 계획적으로 돈을 뜯어내려던 고의가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