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길가에 놓아둔 아이스박스에 길가던 사람이 걸려 다쳤다면 이 아이스박스 주인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일이라고 보기에는 벌금 금액도 적지 않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0단독 이춘근 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012고정2211) 안씨가 벌금형이기는 해도 명백한 유죄를 선고받은 출발점은 다름 아닌 공항이었다. 안씨는 2012년 2월2일 오후 2시 25분께 부산 김해공항 티켓 매표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안씨는 당시 접수대 앞에 서있던 박모씨 옆쪽 바닥에 3kg에 달하는 아이스박스를 놓아두었다.
문제는 박씨가 이 아이스박스를 알아채지 못한 채 뒤로 돌아서서 접수대를 빠져나가려다가 발생했다. 박씨는 아이스박스에 걸려 넘어졌고, 오른쪽 손목에 골절상을 입고 무릎에는 타박상까지 당했다. 박씨가 이 사고로 받은 진단만 전치 6주였다. 이에 검찰은 안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이 소송에서 박씨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아이스박스 같은 화물을 갖고 매표소 앞에 서 있을 때는 공항 이용객이 화물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며 “다른 곳으로 화물을 옮기거나 안전표시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공항처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는 이런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사람들이 대기하는 곳에선 시선이 부주의할 수 있는 뒷쪽이나 옆쪽에는 화물을 아예 놓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부득이하게 화물을 놓아둬야 한다면 주의 경계를 통해 사람들이 부딪치거나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보행 중 부주의로 인한 사고와 그로 인한 과실치상 소송은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중학생 A양이 2004년 수학여행시 B놀이공원의 무빙웨이(자동보행기)를 타고 가다가 앞쪽에서 이동 중인 유모차의 바퀴가 무빙웨이에 끼어 다른 40여명과 함께 무빙웨이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A양과 그의 부모는 놀이공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놀이공원의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해 A양 등에게 손해배상을 해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무빙웨이에 주의 문구가 있었고, 놀이공원은 무빙웨이 안내방송까지 했지만 주의의무에 소홀한 책임이 인정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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