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유권 이전 서류 넘겼다면 '사기' 아냐…'절도'만 성립"
영화 '베테랑' 도입부에 중고차 매매단지가 등장한다. 고객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붙여둔 차를 판 뒤 이를 되훔쳐 파는 일당이 나온다. 영화에선 서도철 형사(황정민 역)가 이를 미리 알고 차 트렁크에 숨어서 범행 현장에 잠입한 뒤 범인들을 일망타진한다.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로 위치추적장치가 붙은 차를 판 뒤 보조키로 차를 되훔친 일당이 있었다. 검찰은 주동자를 '사기'와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2016년 3월24일 선고, 2015도17452)은 이 가운데 '특수절도' 혐의만 유죄로 보고 '사기'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왜 그럴까?
2013년 9월 A씨는 다른 일당과 짜고 위치추적장치를 붙인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를 B씨에게 750만원을 받고 팔았다. 차량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도 함께 넘겼다. 이후 A씨는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해 B씨가 주차해둔 곳을 찾아가 미리 가지고 있던 보조키로 차를 훔쳤다.
불과 사흘 뒤 A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또 다른 피해자 C씨에게 같은 차를 720만원을 받고 팔았다가 되훔치는 범행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도 A씨는 차량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건네줬다.
A씨가 차를 팔고 되훔친 행위에는 우선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B,C에게 차를 판매한 A씨 등의 행위를 "매매대금만 빼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사기' 혐의도 함께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원심도 '사기죄'와 '절도'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경합범에 대한 가중처벌 기준에 의해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의 판단을 깨고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A씨가 차량을 훔친 '절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할 수 있을 뿐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기'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 근거는 A씨가 피해자들에게 차량 소유권 이전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실제로 건네줬다는 점이었다.
대법원은 "차량의 소유권 이전등록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건네받은 B·C씨는 언제든 차량 소유권 이전등록을 마칠 수 있는 상태였다"며 "이 경우 '차량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사'가 A씨에게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처음부터 차량을 팔았다가 다시 훔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며 "차량을 다시 훔치려고 한 계획이 결과적으로 '매매대금 편취'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더라도 차량 자체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차를 판 뒤 곧바로 훔쳤다더라도 매매계약 당시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건네준 이상 그 자체로 '차량의 양도행위'는 완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차를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고 돈만 빼돌린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후 원심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A씨에 징역 6년10개월형을 선고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재차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A씨의 신청을 기각해 형을 확정지었다.
[출처] [친절한 판례氏] 팔았던 車 다시 훔치면 사기? 절도?|작성자 법률N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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