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음주운전 5시간 뒤 음주측정…적법할까?

학운 2017. 3. 30. 21:19

술에 취했다고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음주측정거부죄'라는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달리던 차에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때가 아니라 이미 운전을 마치고 한참이 지난 뒤 도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음주운전을 한 지 한참이 지나 제3의 장소로 이동해 있는 사람을 경찰서로 연행해 음주측정을 요구한 경찰공무원의 행위가 적법한지에 대해 판단한 대법원의 판례(2000도6026)가 있다.

 

A씨는 낮부터 친구들과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취기가 오르자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맥주병, 유리컵, 현관 유리문 등을 파손시켰다. 이에 식당 주인이 A씨에게 보상을 요구하며 항의하자 A씨는 화물차를 타고 도주했고, 식당 주인의 신고로 경찰관은 5시간 만에 자기 집에서 잠을 자던 A씨를 검거해 파출소로 연행했다. 파출서에서 경찰관들은 A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음주측정에 불응한 행위를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운전을 한 지 5시간여가 지나 파출소에서 음주측정을 하는 것은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성이 없어 적법한 음주측정이 아니다"며 "부적법한 음주측정에 거부한 것은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불응죄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않는 때 성립한다"며 "음주측정 요구 당시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운전자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공무원은 당해 운전자에 대하여 사후(事後)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 음주측정으로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경찰은 필요에 따라 나중에라도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어, 그런 음주측정도 적법하다는 취지다.

 

그 결과 적법한 음주측정에 불응한 A씨에 대해서는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된다는 논리가 돼, A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죄 유죄를 선고 받았다.

 

 

◇ 판례 팁 = 대법원은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음주측정 요구 당시 개별 운전자마다 그의 외관·태도·운전 행태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법원에 따르면, 운전자의 운전이 종료한 후에는 운전자의 외관·태도 및 기왕의 운전 행태, 운전자가 마신 술의 종류 및 양, 음주운전의 종료로부터 음주측정의 요구까지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도2899 판결 참조).

 

 

◇ 관련 조항

- 도로교통법

제41조(정비불량차의 점검) ② 경찰공무원은 제1항에 따라 점검한 결과 정비불량 사항이 발견된 경우에는 그 정비불량 상태의 정도에 따라 그 차의 운전자로 하여금 응급조치를 하게 한 후에 운전을 하도록 하거나 도로 또는 교통 상황을 고려하여 통행구간, 통행로와 위험방지를 위한 필요한 조건을 정한 후 그에 따라 운전을 계속하게 할 수 있다.

 

제107조의2(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으로 벌한다.

2.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1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