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내에서 큰 소리로 경찰관을 모욕하는 말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경우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밤늦은 시각 술에 취한 A씨는 한 지구대 내에서 약 1시간 40분 동안 큰 소리로 경찰관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 지구대 의자에 드러눕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관들이 A씨를 밖으로 내보낸 뒤 지구대 문을 잠갔다. 그러자 그는 다시 들어오기 위해 출입문을 계속해서 두드리거나 잡아당기는 등 소란을 피웠다.
A씨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에 해당한다"며 그렇지 않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다. (2013도11050 판결)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밤늦은 시각에 술에 취해 한참 동안 소란을 피운 행위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기에 충분한 행위"라며 "그 행위의 정도에 따라 공무원에 대한 간접적인 유형력(힘)의 행사로 형법 제136조에서 규정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공무집행방해죄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직무 집행'이라는 것은 공무원이 그 직무권한상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A씨의 행동에 대해 원심에선 이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으로 보지 않았지만 이를 대법원에서 파기했다. 여기서 폭행은 '불법적인 유형력(힘)의 행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람의 신체를 실제로 다치게 하는 '상해'와는 다르다. 폭행은 상해에 포함되지 않는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와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A씨의 경우 직접 경찰관을 때리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로는 볼 수 없었다. 그러면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해 '폭행'이라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유형력의 행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지구대 출입문을 두드릴 당시의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경찰관들의 위치, 경찰관과 출입문과의 거리,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지속된 시간, 피고인이 행사한 물리력의 정도, 출입문의 구조 등"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들을 따져 A씨의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는 경찰관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지를 따져야 한단 얘기다. 그러나 원심에서는 이런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이런 부분들까지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판례팁= 술에 취해 지구대에서 100여분간 난동을 부린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때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에는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와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가 모두 포함된다.
◇관련 조항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①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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