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정책 브리핑

휴대폰 10억어치 `꿀꺽` 간 큰 직영점장

학운 2016. 3. 31. 22:17

2012년 10월 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T 대학로점' 직영점에서 점장으로 일하던 김 모씨(35)가 고객에게 이른바 '기변(기기 변경)'을 해주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지점에서 본사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전산관리시스템(N-STEP)에서 단말기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일반기변'으로 변경하면 전산상 재고 수량이 자동으로 줄어들도록 돼 있었다. 김씨는 실제로 고객에게 기변을 해주지 않더라도, 전산상에서 단말기를 '일반기변' 처리한 뒤 빼돌려도 본사에서는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다.

김씨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창고에서 시가 81만4000원짜리 '아이폰4' 단말기를 꺼내 일련번호를 확인한 뒤 N-STEP에 접속해 이 단말기를 '기변'한 것으로 처리했다. 그러고는 인터넷 등을 통해 중고 스마트폰 매매상과 접촉해 빼돌린 단말기를 시가의 55% 정도 가격에 팔아 치워 현금을 챙겼다.

김씨 예상대로 본사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 김씨의 대담한 범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대학로 직영점에서 점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10월~2013년 6월 30일까지 지속적으로 단말기를 빼돌려 중고상에 되팔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후 김씨는 서울 노원구 KT 직영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곳에서도 같은 범행을 이어갔다.

김씨는 2015년 4월 KT를 퇴사했지만 이후에도 단말기 절도 행각을 계속 벌였다. 노원 직영점 직원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그는 점포를 드나들면서 휴대폰에 손을 댔다. 많게는 하루에 단말기 3개를 한꺼번에 챙겨 훔쳐가기도 했다.

그러고는 친분이 있던 노원 직영점 부점장 이 모씨에게 "컴퓨터를 좀 사용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몰래 전산망에 접속해 자신이 훔친 단말기 일련번호를 입력한 뒤 '기변'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산기록도 조작했다.

이렇게 김씨는 퇴사한 이후에도 '아이폰6' 등 단말기 153대(시가 1억4000만원 상당)를 훔쳤다. 앞서 2012년 10월부터 김씨가 3년간 이런 식으로 빼돌린 단말기는 모두 1031대로 금액은 9억5000만원어치였다. 지난달 2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회사 전산 시스템을 조작해 스마트폰 1000여 대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