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인근에 아파트가 새로 건축돼 그 아파트의 그림자 때문에 햇빛이 드는 시간이 줄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이던 식물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약 13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난 재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B사가 인근에 18~20층에 이르는 아파트를 새로 지었다. 이 아파트의 그림자 때문에 난을 재배하고 있는 비닐하우스에 햇빛이 들지 않는 시간이 늘었다. 그 때문에 정상적으로 난이 자라지 않자 A씨는 피해를 배상하라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 인근 신축 아파트 때문에 비닐하우스 난 재배 실패…손해배상 인정 기준은 수인한도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비닐하우스에서 난을 재배해 온 A씨가 "인근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일조권을 침해받았다"며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손해배상액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2009다98652 판결)
재판부는 “난 재배에 있어 일사량(햇빛을 받는 양)은 가장 중요한 환경요인이기에 아파트로 인한 일조방해가 이루어지는 조건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정상적인 난 재배가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A씨가 받은 피해가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단 얘기다.
일조권이란 간단히 말하면 햇빛을 쬘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고 식물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햇빛은 중요한 환경 요인 중 하나다. 그런데 고층 건물의 그림자로 인해 옆에 있는 건물에 햇빛이 들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서 이와 관련한 분쟁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법원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후 특정 토지를 기준으로 그 전에 비해 햇빛을 가리는 정도가 해당 토지소유자의 수인한도를 넘게 되면 그 건물을 지은 건축 행위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해 왔다.
◇ 신축 건물 때문에 햇빛 줄어 난 재배 불가능…수인한도 넘어 손해배상 인정
위법성의 판단기준인 수인한도란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참고 넘어갈 수 있는 피해의 정도를 말한다. 수인한도를 판단할 때 법원에서는 피해의 정도와 법적 성질 등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신축 아파트로 인해 햇빛이 들지 않아 해당 비닐하우스에서 더 이상 난을 재배할 수 없단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난을 아예 재배할 수 없게 될 정도로 햇빛을 가리는 정도가 심각하므로 이 피해는 수인한도를 넘는 피해에 해당한다고 봐 A씨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일반적으로 일조권을 이야기할 때는 사람의 주거 환경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식물에 대해서도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식물의 경우 햇빛의 유무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조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큰 편이다.
한편 원심은 A씨가 해당 비닐하우스에서 대체작물인 동양란을 재배할 것이라고 보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계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씨가 대체작물을 재배할 것이라고 본 것은 잘못이라며 다시 계산해 손해배상액을 상향해야 한단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 판결팁= 자신이 일조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면 아래의 기준에 따라 그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 봐야 한다. 일조권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는 것인지 여부는 △ 일조방해의 정도 △ 피해이익의 법적 성질 △ 가해 건물의 용도 △ 지역성 △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 가해방지 및 피해회피의 가능성 △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 교섭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2002다63565 판결, 2006다35865 판결 등) 만약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침해가 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건물을 새로 지으려는 사람은 주변 건물이나 토지에 비닐하우스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수인한도를 넘는 피해를 줄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므로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는 당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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