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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삼탕 부양책, 경제에 활력 넣기엔 여전히 ‘역부족’

학운 2016. 6. 28. 22:25

2009년 이후 6년째 한국 경제는 장기 정체 늪에 빠져있다. 여기에 최근 영국의 전격적인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는 이런 정체의 터널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화석처럼 굳어가는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책임이 있는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뼈대는 10조원 규모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과 물건값 깎아주기를 통한 ‘소비 촉진’ 이다. 모두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전가의 보도마냥 내민 정책이다. 추경은 2013년과 2015년 두차례 이미 편성한 바 있고, 물건값 할인 정책도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정책을 또 꺼내든 것은 깊은 병에 든 한국경제를 치료하기에는 정부도 뾰족수가 없음을 방증한다.

물론 이런 정책이 다소간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부작용 역시 만만찮다. 추경은 사업 편성 기간이 한 달이 채 안될 정도로 짧은 터라 재정 효과가 본예산에 견줘 떨어진다. 어느 정도의 세금낭비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또 추경 중 상당액은 다음해에 쓸 돈을 미리 끌어다쓰는 꼴이라 내년 재정 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경기의 하방 압력을 키운다. 전문가들이 안정적 재정 운용과 경기에 대한 재정의 적극적 기여를 위해선 본예산을 넉넉히 편성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건값 할인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를 낳는다. 먼저 할인 기간 종료 뒤 나타나는 소비 절벽이다. 지난해 하반기 한시적으로 자동차 등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인하했다가 올 상반기에 다시 6개월을 연장한 이유도 이런 문제를 우려해서였다. 실제 개소세 인하 재연장 조처가 나오기 전인 지난 1월은 소비가 급감하기도 했다. 또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특정 품목의 값을 깎아주는 방식이라 해당 품목을 생산·판매하는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도 인다. 특히 자동차 내수 시장의 60% 남짓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개소세 인하 덕에 지난해 9월 이후 재고를 털어내고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의 물건값 할인은 제품값이 비쌀 수록 혜택도 커지는 터라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수혜를 누리는 역진성을 갖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 침체가 길어지면 그 자체로 심리 위축 등의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 경기 관리도 중요하다. 추경이나 소비 부양책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은 내년에 다시 검토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구조조정이나 브렉시트로 단기 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추경이나 소비 부양책 외에) 뾰족한 정책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떨어진 게 아니라 다른 수단을 동원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의 소비부진 현상은 소비 주체인 가계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 가장 크다. 정부도 한 때(2014년) 여기에 주목해 가계소득 증대 세제 도입이나 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리려는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 했으나 이 기조는 채 1년이 유지되지 않았다. 가계소득을 높이려면 가계와 기업간, 또 가계 내 소득 불균형을 줄이고 이를 위해 조세·복지 정책을 포함한 재정의 재분배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에도 올해 경제성장률(실질GDP 증가율)이 2.8%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전망값(3.1%)에서 0.3%포인트를 끌어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전망은 지난해 4월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을 전제로 한 터라 브렉시트를 포함한 4월 이후 악화된 세계 경제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전망과 달리 현실은 2% 중반대 성장률이 2년 연속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