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굿 안 하면 딸 귀신 들린다" 수천만원 가로챈 무속인 1심서 실형

학운 2022. 7. 12. 20:59

굿을 하지 않으면 딸에게 귀신이 들린다"며 겁을 줘 굿 비용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를 받는 A씨(56)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무속인 A씨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딸이 예민하다"는 지인 B씨의 말을 듣고 "딸이 신기가 있어 굿을 해야 한다", "굿을 하지 않으면 딸이 무당이 되고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며 겁을 줘 2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백화점 내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위치를 옮기고 싶다"는 C씨에게 "청와대에 있는 아는 사람을 통해 매장 위치를 옮겨줄 테니 돈을 달라"며 1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A씨는 종교 행위인 무속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 행위를 가장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의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비교적 일관된 점, A씨가 실제 굿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A씨가 겁을 주지 않았다면 B씨가 대출받으면서까지 굿 비용을 입금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범주를 넘어 피해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속이고, 굿 비용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것은 죄질이 아주 좋지 않다"며 "A씨는 이미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데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이 A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굿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지인에게 은행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수백만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도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알선행위를 직접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