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안전난간 없이 작업 강행해 노동자 추락사…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위반

학운 2022. 4. 29. 16:32

안전 장비 등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강행해 40대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건설업체 현장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장영채 판사는 지난 21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1)씨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소속돼 있는 하도급 건설 업체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신축건물 공사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9월 16일 A씨는 피해자 B(40)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의 지상 8층 건물 신축공사의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현대엘리베이터(017800)로부터 하도급을 받고, 공사 작업을 했다.

작업이 이뤄지던 건물 8층 승강기 설치 장소 옆 외부창호 개구부에는 안전 난간이나 안전망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B씨는 해당 장소에서 공사 현장상태를 확인하던 중 중심을 잃고 1층으로 추락했다. B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따르면 사업주나 관리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사건 발생 당시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해당 법률 적용은 되지 않았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산재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A씨 측은 “피해자에게 작업을 무리하게 지시하거나 안전 관리를 방치한 사실이 없고, 사망 사고와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상황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원래는 한다고 했는데 현장에 일하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는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판사는 “A씨의 명시적인 작업 지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안전난간 설치 요구, 출입 제한 등 주의의무가 제대로 지켜졌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면서도 “유족 측이 A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