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달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거부하고 영상을 삭제한 어린이집 원장을 영유아보육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영유아보육법의 관련 처벌 조항은 영상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지 스스로 영상을 훼손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다. 입법 미비로 어린이집 영·유아 학대 방지라는 해당 조항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어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1월 어린이집 CCTV 녹화 영상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녹화영상을 삭제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이 ‘(CCTV를) 훼손한 자’가 아니라 ‘훼손당한 자’를 처벌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영유아보육법 15조는 어린이집 등의 CCTV 영상을 60일 이상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처벌 조항인 54조 3항 3호는 “영상정보를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훼손당한 자’는) ‘훼손되지 않도록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1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법조문을 확장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당한 자’라는 문언은 타인이 어떤 행위를 해 그로부터 위해 등을 입는 것을 뜻한다”며 “스스로 어떤 행위를 한 자를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멸실·유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별도로 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해당 규정은 2015년 5월 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됐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영·유아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되며, 이에 따라 어린이집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아동학대범죄의 재발을 막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정병욱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대법원의 판단은 죄형법정주의와 다른 사건 피고인들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해당 판결 악용 사례가 나올 우려가 있는 만큼 신속한 입법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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