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량 변조 프로그램'으로 13억 챙긴 일당 30여명 '덜미'

주유량 변조 프로그램이 이식된 메인보드(감량기)를 통해 정량보다 3~5% 적게 주유 되도록 하는 수법으로 13억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주유소 업체 대표 등 30여명이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유량을 변조해 정량보다 적게 주유하는 방법으로 약 330억원 상당의 석유제품을 불법으로 판매해 13여억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계량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주유소 업체 대표 이모씨(39) 등 4명을 구속하고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상습적으로 수년간 자신들이 근무한 주유기 제조업체의 부품을 빼돌려 불법 주유소 등 국내·해외 등지의 주유 업체에 판매해 3억6000여만원을 나눠 가진 주유기 제조업체 전 직원 석모씨(44) 등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유소 대표인 이모씨(45) 등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수도권 일대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들로 변조프로그램이 이식된 감량기를 산 뒤 주유기에 설치해 정량미달 석유제품을 판매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변조 프로그램 개발·유통책으로부터 변조프로그램이 이식된 감량기를 대당 200~300만원을 주고 산 뒤 서울 4개소와 경기 9개소 등 수도권 일대 18개 주유소에서 약 330억원 상당의 석유제품을 판매해 판매대금의 약 4%인 13억 상당의 이득을 취했다.

이들은 평균 1ℓ당 40원가량 인근 주유소보다 싸게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만 하루에 100만원 가량의 이득을 취했다.

주유기 제조업체 전 직원인 김모씨(37)는 퇴사 전인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상습적으로 회사의 주유기 부품을 퇴사한 석씨가 운영하던 중고주유기업체로 빼돌렸다.

이들은 훔친 메인보드에 부착된 제품 생산연도 등 이력추적이 가능한 일련번호를 제거한 뒤 국내와 해외에 헐값에 판매해 3억6000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주유소에서 변조 프로그램을 정상 주유기에 이식하고 변조 계량기에 특정 명령어를 입력하면 작동하고 명령어를 누르지 않으면 정상 주유기로 작동되도록 하는 수법을 통해 단속에 대비했다.

또한 단속 때는 전원이 차단되거나 변조프로그램 작동에 필요한 특정 명령어를 모르면 현장에서 단속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석유관리원이 노출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해 고객으로 가장해 단속하는 것에 대비해 한국석유관리원의 차량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하면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단속 차량번호를 공유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전히 단속이 안 된 불법 주유소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해 불법 주유소와 변조프로그램 개발, 유통업자에 대한 단속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