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채권채무·손배소송

화장실 문틈으로 얼굴 들이민 7살

학운 2021. 12. 1. 16:35

A씨는 최근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당시 여자화장실에는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B군이 있었습니다. A싸는 처음에는 엄마를 따라왔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A씨는 잠시 뒤 깜짝 놀라고 맙니다. B군이 화장실 바닥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민 겁니다.

B군은 화장실 바닥과 A씨가 들어간 칸의 문 틈으로 얼굴을 밀어넣으며 "이모 X싼다"며 낄낄거렸습니다. A씨는 매우 당황했지만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만큼 침착하려 노력했습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A씨는 B군을 일으켜세운 뒤 주의를 줬습니다. 그러나 B군의 도 넘은 장난은 계속됐습니다.

결국 A씨는 화장실 밖으로 나와 B군의 부모를 찾아가는데요. A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B군 부모는 "굳이 여기서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있냐"며 기분 나쁜 반응을 보입니다.

◇여자화장실에 들어온 남아, 법으로 보면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혹은 여성이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면 성폭력처벌법상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 등 남녀가 구분돼 사용하는 공간에 성적 목적을 갖고 침입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혐의로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아울러 성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안처분이나 신상정보공개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선 B군이 미성년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 성립에선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의 존부가 가장 중요한데요. 즉 다른 성별만 사용할 수 있는 장소에 들어간 이유가 명백한 실수나 청소, 장난 등이었다면 처벌이 어렵습니다. 성적인 목적이 없다면 이 죄가 적용되지 않는데요. 이럴 땐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이나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B군은 7세이므로 성적 목적이 있어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성인 남성의 여자화장실 출입에 주거침입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사례에서 재판부는 "명백히 여자용이라고 표시된 여자화장실은 여성이나 유아 등의 사용이 허용될 뿐 성인 남성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여자화장실에 남아가 들어갔다고 해서 형법상의 성폭력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만에 하나 혐의가 성립한다고 해도 미성년자인 만큼 실제 처벌은 불가능합니다.

이와 달리 목욕탕의 경우 법적으로 아예 혼욕이 금지돼 있습니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5세(만 4세) 미만의 유아만 이성의 목욕실·탈의실에 출입할 수 있는데요. 이를 어겼다간 목욕탕 주인이 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미성년자 잘못은 부모가 책임

그렇다고 A씨가 마냥 참아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B군의 행동으로 큰 수치심을 느꼈고 이에 따르는 정신적 충격이 심각하다면 B군의 부모에게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고의나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고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 대해 배상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때 손해를 입힌 사람이 미성년자라면 법정 감독의무자가 그 책임을 대신 져야 합니다. (민법 제755조) 감독의무자 자신이 감독의무를 게을리 행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면책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발육이 진행됐다고 가정할 때 13~14세가 되면 책임능력이 부여된다는 것이 통설인데요. 원칙적으로 책임능력을 갖춘 자는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가를 스스로 치뤄야 합니다.

그러나 판례는 책임능력을 가진 미성년자라도 그가 만든 손해가 해당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 또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1994. 8. 23. 선고 93다60588 판결) 즉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더라도 부모를 비롯한 법정대리인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가능성이 적은 거죠.

법원은 수치심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손해배상 대상이 됨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다른데요. A씨의 경우 문 틈으로 훔쳐보는 B군을 제지했는데도 2회 이상 중요 부위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던 점, B군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점 등을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