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배우자 모르게 집 명의를 바꿨을 경우

학운 2019. 12. 17. 07:58

집 나온 뒤 아내가 유일한 재산인 집을 장모한테 넘겨버렸네요. 전 아무 것도 못 받게 되나요?

Q) 두 달 전 아내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와 지금까지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도 석 달 정도 밖에서 지내다가 아이들이 걱정돼 결국 다시 들어갔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들어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아내와 같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 나네요. 


일단 아내분이 주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계없이 선생님한테는 결혼생활 기간 중 마련된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있습니다. 결혼생활기간 중 선생님도 열심히 일해서 생활비를 벌고 아이들도 돌보셨잖아요. 지금 집도 선생님 명의 빌라를 팔아서 자금의 일부를 마련한 것이고요. 선생님도 아내 명의의 집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했으니 당연히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내분이 선생님에게 재산을 안 주려고 장모한테 명의를 넘겨버렸으니 일단 집 명의를 다시 아내로 돌려놔야 되는 건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권리가 법에 규정되어 있답니다. 바로 사해(詐害)행위취소권입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채무를 갚지 않으려고 제3자와 짜고 자기 재산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해행위가 있게 되면 채무자의 재산을 믿고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돈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은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인 ‘사해행위취소권’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해행위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상황 중 하나가 부부의 이혼이예요. 미워서 이혼하는 마당에 재산까지 주려니 너무 억울해서 자꾸 재산을 빼돌리려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법은 이혼소송과 사해행위취소소송을 가정법원에서 같이 묶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하면서 아내가 장모에게 집 명의를 넘긴 행위를 취소해달라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같이 하면 됩니다. 소송접수와 동시 혹은 그 전에 장모 명의로 넘어간 집을 못 팔게 처분금지가처분도 같이 해두시고요.

보통 부동산 명의를 가족에게 돌리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이 들어오면 법원은 진실한 거래라고 주장하는 쪽에 그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당사자들은 결혼 초기에 부모가 집마련 자금을 지원해주었다는 둥, 생활비를 지원해주었다는 둥 하는 주장을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제출하지만 진정한 거래라고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가족에게 부동산 명의를 돌린 행위는 취소되고 결국 등기비용만 날린 셈이 되곤 하지요. 아마 선생님 아내의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