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보증서줬는데 후회막급, 되돌릴 방법은

학운 2019. 12. 11. 08:09

보증인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대신 갚아야 합니다. 채권자의 효율적인 채권 회수를 위한 제도이지만 보증인 입장에선 자신이 빌린 것도 아닌 남의 채무를 변제해야 하니 억울할만도 합니다.

따라서 보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보증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채무자의 재산상태, 보증액수, 보증기간 등도 확인해야 합니다.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증섰다면 취소할 수 있을까?

질문자는 보증의 의미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증을 서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질문자는 보증을 설 당시 성인이었습니다. 민법은 성인이면 계약 체결 등의 법률행위를 할 행위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성인은 정신적 제약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의 이해 부족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계약 취소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민법 제109조, 제110조)

먼저 후에 돈을 갚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전 남자친구의 말이 적극적인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려면 질문자가 자신은 절대 전남자친구의 대출금을 갚아줄 필요가 없다는 착오에 빠졌다는 것이 인정돼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채무자의 신용 유무는 보증계약의 중요부분의 착오가 아니므로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35276 판결) 따라서 단순한 이해 부족으로 보증 계약서에 사인한 질문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보증인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보증인의 지위에서 탈퇴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최고·검색의 항변권…전 남자친구의 재산을 먼저 집행하라고 주장하는 권리

민법 제437조는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한 때에는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있는 사실 및 그 집행이 용이할 것을 증명하여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할 것과 그 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것을 항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증인의 '최고·검색의 항변권'이라고 하는데요. 보증인이 채권자에게 주채무자의 재산을 먼저 집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에 따라 질문자는 계속 전화를 거는 채권자에게 전남자친구에게 먼저 변제를 구하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건데요.

하지만 최고·검색의 항변권은 연대보증일 때 행사할 수 없습니다. 연대보증은 주채무자와 연대해 채무를 부담하는 형태입니다. 종속된 지위가 인정되는 단순보증과 다릅니다.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에게 먼저 이행을 구하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증을 한다면 가급적 연대보증을 피하고 단순보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 문구에 ‘공동’, ‘연대’, ‘함께’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전 남자친구가 체결한 보증인대출은 연대보증의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보증을 섰거나 보증문구가 연대보증인지 애매하다면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사전구상권 고려해 보는 것도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변제한 사람이 채무자에게 변제한 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갚은 후 구상권을 행사합니다. 사후구상이 원칙이죠. 하지만 먼저 갚아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민법은 예외적으로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에 대해 보증인이 과실없이 채권자에게 변제할 재판을 받은 때,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 사전구상권을 인정합니다. (민법 제442조)

따라서 질문자가 위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면 채무를 이행하기 전에 전남자친구에게 변제액 상당의 금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구상권은 최고·검색의 항변권과 달리 전남자친구에게 주장하는 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