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판결

"은행이 안 알려줘 '보이스피싱' 당했다"…法 "은행 책임 없어"

학운 2017. 9. 29. 06:54

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인터넷 뱅킹에 예금해지 서비스를 추가한 것을 알려주지 않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모씨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이씨는 2001년 6월 국민은행 인터넷 뱅킹 서비스에 가입했다. 2012년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씨는 금융거래정보를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알려줬고, 이들은 주택청약 예금계좌 등을 해지하고 모두 2862만원을 빼돌렸다. 그러자 이씨는 은행이 2004년 인터넷 뱅킹에 예금해지 서비스를 추가한 사실을 고객에게 따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은행이 인터넷뱅킹에 예금해지 서비스를 추가한 것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한 이씨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은행이 예금해지 서비스를 추가하고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172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예금해지 서비스를 추가했다는 내용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변경된 약관 규정은 은행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여러 인터넷 뱅킹 서비스 종류에 예금 해지가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씨가 그와 같은 사정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인터넷뱅킹서비스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 등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또 "은행이 제공한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금 해지 서비스는 이 사건 금융사고에 악용된 것으로 보일 뿐, 금융사고 발생이나 확대 원인이 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이씨가 자신의 금융거래정보를 보이스피싱범에게 알려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고 은행 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