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판결

대법 "도로점유 사유지 보상액…이용상황 상정해 평가

학운 2017. 10. 16. 14:35

사유지가 오래전부터 지자체 도로로 점유돼 사용됐다면 그 차임(借賃)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을 경우의 상황을 상정해 그 부당이득금 액수를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김모씨가 고령군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광주지법 합의부에 되돌려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는 일제강점기부터 도로로 사용됐던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 일대 땅에 대해 지난 2011년 2월 소유권을 취득한 뒤 고령군이 차임의 대가로 95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에게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기 시작할 무렵, 당시 토지소유자였던 A씨는 절차에 의해 땅에 대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상실했거나 적어도 도로점유·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가 사용·수익의 제한이 있다는 사정이 있음을 알고 각 토지를 취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으로 손해가 생겼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승소를 선고했다. 또 각 토지의 인근지역이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점을 근거로, 지자체의 토지점유 당시 땅이 '주거나지'(건축물이 없는 택지)였다고 보고 부당이득금을 95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토지가 도로로 편입될 무렵 조선총독부나 정부가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해 공공용 재산으로서 적법한 취득절차를 밟았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원고가 토지 취득 당시 그 땅이 도로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인근 땅의 용도를 근거로 부당이득금을 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지자체의 토지점유 개시 당시 땅이 사실상 일반 공중의 교통에 사용되고 있었는지 등을 근거로 땅의 기초가격을 판단해야 한다"며 "각 땅의 위치나 주위 개발 및 이용상황 등을 심리해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다면 이용상황이 주위 토지와 같이 변경됐을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