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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느니 '난민' 되겠다, 조국 등지는 한국 청년

학운 2017. 7. 10. 07:43


[[인터뷰]양심적 병역거부 난민신청자 "군대 문화에 거부감"…"매년 20~30명 준비"]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20대 중반 남성 강주영씨(가명)는 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지난달 중순 중부 유럽 한 국가로 향했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2년 전 친구가 군대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뒤 군대에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 문화 자체에 거부감도 컸다.

학창시절 겪은 군대 문화에 이미 환멸을 느꼈다. 예술을 전공했던 강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대학에 다닐 때 군대 조직처럼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학번 순이었고 군기 잡는다고 집합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학을 중퇴했다.

병역거부를 교리로 삼는 특정 종교를 믿는 것도 아니다. 강씨는 "난 평화주의자"라고 말했다. 징병제라는 국가 체제에 대한 거부감과 개인적인 신념이 난민 신청을 택한 이유다.

난민 신청은 이민과 또 다르다. 조국을 버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등지는 것뿐만 아니라 신청에 실패하면 위험도 크다. 병역 거부자라는 꼬리표도 붙고 군대 대신 감옥을 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강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의 낡은 체제를 비판하고 바꿀 수 있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외국으로 떠나 난민 신청을 하는 한국 청년들이 꾸준히 생기고 있다. 단순히 군대에 가기 싫다는 이유를 넘어 징병제 등 현 체제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실제 난민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에서 동성애, 양심적 병역거부 등에 따른 탄압을 이유로 난민 지위를 인정 받은 한국 청년들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출신 난민과 난민신청자는 526명이다. 난민신청 사유별로 통계를 집계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을 신청한 한국인 숫자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매년 5~6명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국외로 떠난다고 밝혔다.

안악희 '징병제폐지시민모임' 서울지부장은 "매년 난민 신청을 준비하거나 문의하는 사람은 20~30명, 실제로 난민 신청하러 해외로 나간 사람은 5~6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용석 시민단체 '전쟁없는 세상' 간사도 "한 달에 2~3명, 1년에 20여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 신청 관련 상담을 하러 온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난민 신청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의 군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꼽는다.

안 지부장은 "사촌 형이 군대 갔다가 장애를 얻고 왔다거나 용산 참사 등 국가 폭력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군대 조직 문화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국가가 강제로 의무를 지우는 징병제를 따를 수 없다는 등 개인적 신념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생하더라도, 조국을 버리더라도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이 망명을 떠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 도입, 나아가 모병제로 바꾸기 위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간사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감옥행이나 망명을 선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개인적 신념을 지키면서도 사회 공동체에 기여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사 강국 미국이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것처럼 이제는 군대만으로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며 "국내 안보의 방향과 이를 위한 방법 등 다양한 사회적 토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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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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