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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vs 싱가포르, 어디서 살까? 고려해야 할 7가지

학운 2017. 6. 29. 21:42

홍콩과 싱가포르는 많은 인재들이 일하기 원하는 글로벌 기업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국가다. 블룸버그(Bloomberg)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놓고 어떤 국가를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고려해야 할 7가지 항목에 대해 28일(현지시각) 분석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 개방적인 경제와 주요 중계국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몰려들었고, 홍콩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홍콩 야경/조선DB
인력 모집과 컨설팅 사업을 영위하는 싱가포르 기업 HR넷원의 홍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카렌 코흐는 “20년 전 홍콩은 금융권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이유로 외국인들에게 싱가포르보다 인기있는 국가였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싱가포르가 기술과 혁신에 박차를 가하면서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외국인 근로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7가지로 정리한 내용이다.

① 가장 중요한 사항 : 임금

글로벌 전문가 채용 컨설팅 기업인 로버트 월터스의 2017년 임금 조사에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 금융권 임금 수준은 싱가포르 평균 임금 수준에 비해 최대 25% 높았다. 이러한 추세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두 국가의 소득세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23만500달러(약 2억6288만원) 이상 수준의 임금에 최고 22%의 소득세가 붙는다. 같은 경우 홍콩의 최고 소득세는 17%다.

② 생활비

글로벌 컨설팅업체 ECA인터내셔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외국인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드는 도시는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였고, 홍콩이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 외국인의 생활비가 가장 비싼 국가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24위에 올랐다.

이 설문의 생활비 조사 항목에는 식료품에서부터 담배와 맥주 가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임대료나 학비는 해당 조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싱가포르의 주류 가격은 홍콩에 비해 높다. 도이체방크가 2017년 글로벌 물가조사 사이트 ‘엑스패티스탄닷컴’(expatistan.com)의 데이터를 분석한 세계 물가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술집의 맥주 한잔 가격은 9달러 정도다. 반면, 홍콩은 7.7달러로 집계됐다. 또 도이체방크가 조사한 맥주 5병과 담배 2갑의 가격을 합한 ‘나쁜 습관’지수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64.30달러, 홍콩은 53.30달러를 기록했다.

③ 주거비

홍콩 주거 밀집단지의 모습./블룸버그 제공
대부분의 사람들의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주거비다. 홍콩이 싱가포르에 비해 주거비가 많이 든다. ‘엑스패티스탄닷컴’의 6월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의 임대료는 싱가포르에 비해 47% 더 비싸다. 싱가포르 고급 주택단지에서 가구가 딸려 있는 900평방피트(약 85평방미터 또는 약 25평) 아파트의 한달 임대료는 약 2600달러(약 296만5300원)다. 이와 같은 조건의 홍콩 아파트 임대료는 4900달러(약 558만8450원) 정도다.

해외 이사 전문 업체인 크라운 월드 모빌리티의 패트릭 그로스 아시아 지역 담당 이사는 “현재 주거비는 홍콩의 가장 큰 단점”이라며 “싱가포르에서는 홍콩 수준의 주거비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④ 사업과 투자

현금 투자처를 찾는 이들은 홍콩을, 개인 사업을 하려는 이들은 싱가포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지난 2003년 이후 홍콩 부동산 가격은 약 400% 상승했다. 홍콩의 증시도 지난 5년 동안 싱가포르에 비해 크게 올랐다.

홍콩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은 1997년 이후 53% 늘었다. 또 홍콩 당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에 있는 글로벌 기업의 수는 약 1400개로 집계됐다. 반면, 싱가포르는 2011~2015년 5년 동안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의 투자 규모가 12% 줄었다.

그러나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DTZ/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홍콩보다 저렴한 사무실 임대료를 강점으로 사업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자영업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곳 2위에 올랐다. 1위는 뉴질랜드, 홍콩은 4위를 차지했다.

⑤ 교통

싱가포르는 자카르타, 마닐라, 방콕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닥친 고질적인 교통 체증을 막기 위해 자동차 사용에 드는 비용이 가장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다. 개인 자가용을 소유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별 허가를 위한 입찰에 참여해야 하며, 자동차 가격의 두배를 넘는 수준의 세금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일례로 홍콩에서는 ‘아우디A6’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 등록세와 연회비, 보험료 등을 합쳐 총 7만400달러(약 8025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16만8100달러(약 1억9163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택시비는 저렴한 수준이다. 약 8킬로미터 구간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의 부과되는 택시 요금은 약 8달러 수준이다. 같은 구간으로 영국 런던에서는 22달러, 미국 뉴욕에서는 15달러 정도의 요금을 부과한다.

⑥ 대기 환경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중심 상업지역/블룸버그 제공
홍콩은 과거 대기 오염 수준이 높았다. 이에 홍콩 정부는 차량과 화물선 등의 유해 물질 매출량을 억제하고 광둥 지역 정부와 스모그 감소를 위한 협력을 맺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2016년 홍콩 대기 중 질소산화물은 1999년 수준에 비해 56% 줄었고, 초미세먼지(PM2.5)도 52% 줄었다.

싱가포르는 엄격한 차량 배기가스 제한을 적용하고 있지만, 국경 너머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곤란한 입장이다. 일례로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연기에 피해를 입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2015년 연중 대기 질이 양호하거나 적당한 날로 판정한 날이 87.5%라고 밝혔다. 이는 2014년 97%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⑦ 보육과 교육

싱가포르 아메리칸 스쿨에 등록하기 위해 비미국인 가정 출신의 신입생은 약 3만6200달러(약 4120만원) 수준의 수업료를 부담해야 한다.

같은 조건의 학생이 아메리칸 스쿨 홍콩의 7~8학년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포함해 약 2만5200달러(약 2870만원) 수준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연회비 2600달러(약 290만원) 또는 무담보채권(디벤처) 비용 7만7000달러(약 8700만원) 정도가 추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중학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홍콩을 제쳤다. 싱가포르는 수학, 독서, 과학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홍콩은 읽기와 수학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9위에 그쳤다.

또 많은 가정에서 보육을 위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한다. 홍콩의 최저 임금은 한달 기준 550달러(약 62만원) 정도다. 여기에 식대와 건강 관리 비용 등 추가 비용이 생긴다. 싱가포르에서는 필리핀 출신의 보모의 임금에 필리핀의 규정을 따른다. 이에 따른 한달 최저 임금은 약 400달러(약 45만원) 정도다.

[이선목 기자 letswi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