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에 놓여 있던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챙겼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6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모(63)씨의 항소심에서 죄명을 점유이탈물횡령으로 변경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과 추가적인 변소 내용에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씨가 휴대전화를 불법적으로 챙길 목적으로 가져갔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 파기 사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2015년 3월 서울 중랑구에 있는 한 은행 자동화기기(ATM) 공간 창틀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 한대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당시 휴대전화를 쇼핑백에 넣어 가져가 집에다 둔 뒤 바로 지방으로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가 이씨의 신원을 수소문해 전화했을 때, 그는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 돌려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씨는 바로 다음 주말에 경찰의 전화를 받고 서울로 올라가 집에 뒀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그가 휴대전화를 제출할 당시 찍힌 부재중 전화는 43건에 달했다.
원심은 이씨에게 죄가 있다고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가 휴대전화를 취득하고서 피해자에게 돌려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이씨는 당초 법원에서 "누군가 휴대전화를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근 경찰 지구대에 맡길 생각으로 쇼핑백에 챙겨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죄가 선고되자 이씨는 "휴대전화를 들고 나왔을 때 우연히 지인을 만나 제출하는 것을 잊었을 뿐"이라며 "그 뒤 바로 지방에 있는 일터에 내려가게 됐고 업무를 하던 중 휴대전화를 돌려 달라는 전화를 받고서야 기억이 났다. 주말에 서울에서 돌려주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재판부는 이씨 주장에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취득 이후 휴대전화에 사용 이력이 없었다는 점, 휴대전화를 처분하기 위한 별다른 시도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이씨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동은 통상적으로 타인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가서 돌려줄 의사가 없었던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며 "범행이 쉽게 발각될 수 있는 은행 ATM 공간이었다는 점을 볼 때 통상적인 사람이라면 쉽게 범행에 나서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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