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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보료 개편안 / 고소득 지역가입자 부담 늘고 저소득자 줄어

학운 2017. 1. 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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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건보료 개편안 / 고소득 지역가입자 부담 늘고 저소득자 줄어 ◆


1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김 모씨(70)는 연금으로 매달 360만원을 받는다. 동창회에 나가면 노후에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는 김씨지만 건강보험료는 은퇴 후 전혀 내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당장 내년부터는 지역보험 가입자로 분류돼 월 9만1000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연소득이 3400만원 넘는 가구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건강보험 개편안의 핵심은 저소득층 건보료는 감면하는 대신 직장 건강보험상의 피부양자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소득이 많은데도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고소득 은퇴자가 건보료를 새롭게 낸다. 그동안 피부양자 등록은 지나치게 기준이 낮아 직장인 자식이 있으면 비교적 쉬웠다. 반면 직장인 자식이 없는 은퇴자는 소득이 없어도 재산이 조금만 있으면 건보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 재산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그동안 △이자 등 금융소득 △연금소득 △근로소득 등 기타소득 가운데 어느 하나가 연간 4000만원을 넘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연소득이 최대 1억2000만원인 은퇴자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어 건보료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1단계 개편부터는 모든 소득을 더한 종합과세소득이 연 3400만원 이상이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이는 2021년 2단계부터 연 2700만원, 2024년 3단계부터 연 2000만원 초과로 점차 기준을 낮춘다. 피부양자 요건이 그만큼 강화되는 것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연금을 받던 공무원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연금소득은 피부양자가 아니더라도 20%만 건보료를 부과했지만 당장 3단계부터 연금 50%에 건보료를 부과한다.

또한 시가 10억8000만원 이상 부동산을 가지고 있고 연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사람도 피부양자 등록을 할 수 없어 지역 건보에 가입해야 한다. 다만 18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가 월세를 받고 있으면 건보료는 그대로 내지 않을 수 있다. 연간 1000만원 이상 소득의 기준이 과세소득인데, 2000만원 이하 임대료 과세는 2018년까지 유예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대료 과세 여부에 따라 주택 임대사업자의 건보료 부과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1가구 1주택자는 임대료에 과세하지 않고 있어 건보료 추가 부담은 없다.

다만 상가는 사업자 등록이 돼 있는 경우가 많아 과세소득으로 잡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상가 임대 사업자는 현행 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월급 이외에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등 추가 소득이 많은 직장인들의 건보료 부담도 높아지게 된다. 그동안 월급 외 소득이 연 72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건보료를 내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월 300만원 월급쟁이가 빌딩이나 상가임대 등으로 월 5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을 경우 건보료 부담이 현행 9만2000원에서 22만5000원으로 대폭 높아진다.

정부는 1단계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연간 3400만원 이상의 월급 외 소득을 올리면 건보료를 추가로 부과하도록 했다. 또 2024년 3단계에 이르면 2000만원만 넘어도 건보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만약 직장인의 아내가 치킨집을 운영해 연간 3400만원 이상 소득을 거두면 내년부터 건보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일정 수준의 재산이 있는데 연 소득 100만원 이하인 경우 1단계(2018년)부터 최저보험료 1만3100원만 내면 된다. 성별·연령을 기준으로 반영해 건보료를 부과했던 제도인 평가소득은 폐지한다. 이창준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송파 세 모녀처럼 소득이 없는데 건보료를 내는 계층은 최저보험료만 내면 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경우 건보료는 월 4만8000원이었지만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1만3100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자동차는 1600㏄ 이하이고 값이 4000만원 이하이면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며 전·월세 보증금 등 재산도 500만~1200만원은 1단계부터 공제해 주기로 했다.

이 과장은 "이번 건보료 개편안은 건보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직장인 98%는 3단계가 시작하는 2024년이 돼도 건보료 추가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