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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에 '압류 딱지' 붙은 사연은?

학운 2016. 10. 7. 00:45

부산시청에 법원의 재산 압류표시인 '빨간 딱지'가 붙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 건설사가 도로공사 대금을 놓고 부산시와 민사소송을 벌인 뒤 승소하자 강제집행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오후 3시께 법원 집행관 10여명이 부산시청에 나타났다. 시청 관계자와 잠깐의 실랑이를 벌인 이들은 시청으로 들어가 컴퓨터 등 사무기기 500여점에 '빨간 딱지'를 붙이고 유유히 사라졌다. 

부산시청에 압류딱지가 붙은 사연은 이렇다.

부산시는 지난 2002년 '부산 기장군 장안~경남 양산시 동면' 간 연결도로 공사를 발주했다. 이 공사를 맡은 건설사는 I사. 당초 2007년에 완공 예정이던 공사는 예정보다 3년이 늘어난 2010년에 마무리됐다. 

공사기간 연장은 추가 비용을 불러왔다. I사는 지난 2013년 8월 부산시를 상대로 건설기간 연장에 따른 22억원의 추가공사비를 청구하는 소송에 나섰다.

3년간의 소송 끝에 법원은 지난달 21일 부산시가 I사에 1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I사는 판결 직후 부산에 법원 판결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즉시 지급할 것을 요청했지만 부산시는 이를 거절했다. I사가 최근 경영난으로 인해 재판 도중 대금 청구권을 타인에게 양도해야 할 정도로 권리관계가 복잡한데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선지급 이후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공사대금 지급을 최종판결 때까지 하지않기로 한 것이다. 

시는 이와 함께 I사의 강제집행 가능성을 대비해 지난달 26일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께 시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공탁금 15억원을 거는 조건으로 받아들였고, 시는 이를 위한 절차에 나섰다.

하지만 그 사이 I사가 법원집행관 10여명과 함께 부산시청으로 들어가 압류를 실시하면서 시청에 '빨간딱지'가 붙게 된 것이다.

I사의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자체의 경우 변제능력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주금고를 알 수 있어 예금채권에 대해 강제집행이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건의 경우 유체동산에 강제집행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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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빨간딱지가 붙은 이날 오후 5시 공탁금 입금 절차를 완료해 강제집행을 중지시키고, 5일에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6일에는 법원에 빨간딱지를 떼기 위한 강제집행 취소 신청을 했다.
 
시 관계자는 "강제집행 취소 결정으로 빨간 딱지를 떼는 데 3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례적 조치에 따른 혼란이 발생했지만 업무 수행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