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재사용한 26곳 중 10여곳, C형 간염 환자 집단 발생했는데
행정처분만 내리고 역학조사 안 해… 의사 12명 징계도 4개월간 미뤄
최근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국 26곳 의원이 1회용 주사기 등 의료기기를 재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C형 간염 환자를 양산시켰을 수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중 동네 의원 10여 곳에서는 전국 평균치를 넘는 C형 간염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C형 간염 사고가 전혀 다른 국면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이들 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는 물론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등 불법을 저지른 의사들에 대해서도 처벌을 4개월 넘게 미루는 등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늑장 조사 우려… 보건 당국 이상한 행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사기 재사용' 등에 대한 신고를 받아 5일 현재까지 총 85건 신고를 접수했다. 본지 취재 결과, 복지부는 이 중 지난 3월 말까지 신고가 접수된 54건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여 26곳(48%)에서 실제로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위법행위를 적발해 전국 시군구 보건소에 행정처분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26곳 중 17곳은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이 완료됐고, 나머지 9곳은 행정처분이 진행 중이다.
이 의료 기관 17곳의 불법 행위 유형은 ▲1회용 주사기 재사용 2곳 ▲주사기 외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9곳 ▲의료기기 소독 불량, 주사기 포장을 뜯은 뒤 방치 등이 6곳 등이었다〈표〉. 이 중 2곳은 형사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의료기관 가운데 10여 곳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C형 간염 환자들이 이 병원들에 다녀간 사실이 확인됐지만 보건 당국은 역학조사 등 후속 조치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이 지금까지 발생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고에 늑장 대응한 사례가 재연되고 있다. 이번에도 조사 시기를 놓쳐 집단 발병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최소한 10곳이 넘는 의원의 집단 감염 상황이 우려되는데도 보건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원인 규명이 오리무중에 빠질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뒤늦은 현장조사로 물증 확보 못 해
보건 당국은 불법 행위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현장조사를 통해 주삿바늘이나 주사액 등을 수거해 물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번 조사에서 신고 접수 뒤 평균 28일, 최장 62일 만에 현장조사를 나갔다. 최근 C형 간염 집단 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서울 현대의원(현 JS의원)의 경우 지난 2월 19일 신고를 받고 3월 24일 질병관리본부가 현장조사에 나서 주사액 등을 수거해 간염 바이러스 등을 조사했으나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에선 2012~2013년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C형 간염 검사를 받은 1460명 중 234명(16%)이 C형 간염 감염자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실온 생존 기간이 평균 5일에 불과하다"면서 "보건 당국이 신고받은 지 35일 만에 조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보건 당국의 늑장 대처로 C형 간염 발병의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하는 사태가 전국적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은 이에 대해 "인력이 부족해 대거 역학조사를 할 여력이 없었다. 앞으로 역학조사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사 12명 자격정지 징계도 미적
복지부는 의료인 징계에도 미적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사 12명이 지난 5월 복지부의 징계 처분(1개월 자격정지) 대상으로 정해졌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한 건도 징계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의료인 징계는 사전 통보와 함께 청문 등을 통해 결정되는데, 복지부는 "일손이 달린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신속히 밟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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