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두고 아이에게 입힐 새 옷과 신발을 인터넷으로 주문한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신발 사이즈가 잘못돼 결제 후 10분 만에 재주문하려 했지만 먼저 한 주문을 취소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 어디에도 '주문취소' 버튼은 보이지 않았고 A씨의 주문내역엔 '배송준비중'이라는 문구만 떠 있었습니다.
A씨는 나중에서야 홈페이지 한쪽 구석에 있던 '단순 변심에 의한 취소는 불가능'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어이가 없어졌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엔 '취소·반품 불가'라고 써놓은 온라인쇼핑몰이 버젓이 존재합니다. 일부 쇼핑몰은 상세페이지에 '흰색 의류의 경우 반품·교환·환불이 절대 안 된다'고 써놨다며 교환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주문제작 상품이라 교환 불가, 상품에 하자가 있어도 우기면서 환불 불가입니다.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이들 업체는 마치 소비자들을 '협박'이라도 하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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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이나 상품의 상세페이지에 '교환, 반품, 취소 불가'라는 문구를 써놓는 온라인쇼핑몰들. /해당사이트 캡처 |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르면 인터넷 구매 물품의 계약취소 가능 기간은 물품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물품이 계약 내용과 다른 경우는 물품을 받은 날로부터 30일까지입니다. 이때 홈페이지에 게시된 반품 불가 등에 대한 사항은 효력이 없습니다.
결제취소 대신 '포인트 환불'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도 엄연한 불법으로 판매자는 반드시 소비자가 이용한 결제수단으로 환불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로 결제했다면 결제 취소를, 현금으로 결제했다면 개인계좌로 입금해줘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 쇼핑몰은 여전히 '취소·반품 불가'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대부분 쇼핑몰은 '경고 차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달라는 의도라는 겁니다. 또 결제·취소를 반복하는 '블랙컨슈머'를 방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해당 문구가 있으면 반품을 한번 더 망설이게 되죠.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전화해 업체와 실랑이해야 하는 상황이 피곤해지기 때문입니다.
강서구에 사는 신모씨(33)는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한 흰색 원피스가 생각보다 작아 곧바로 환불하려다 '흰색은 환불 불가'라는 문구를 보고 포기했다"며 "해당 쇼핑몰에 전화해 따지기 귀찮아 동생에게 줬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최모씨(38)는 "아이보리색 블라우스는 쇼핑몰 규정상 교환, 환불 불가라는 말을 하더라"며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한다고 하니 그때서야 이번만 반품해준다면서 엄청 생색내더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실제로 '화이트 계열의 옷은 반품이 안되는 줄 알았다'는 소비자도 있었습니다.
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온라인쇼핑몰에 '취소·반품 불가'라는 문구는 효력이 없지만 기재하면 안된다는 법도 없다"면서 "이염, 훼손된 상태로 반품하는 경우가 많아 분쟁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취소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사이트의 경우 청약철회를 원할 때는 이메일이나 게시판 등에 반드시 의사표시를 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