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으로 항저우에 도착했다. 평소 이용하던 기체 앞쪽 문을 통해 내려야했지만 공항엔 밟고 내려갈 트랩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뒤편으로 이동해 다른 문을 통해 내려야 했다.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 지역에서만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출입구였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트랩이 준비되지 않은 데 대해 “중국 측이 계산한 외교적 모욕”이라고 일제히 전했다. 앞서 항저우에 도착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근혜 한국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은 통상적인 의전에 따라 레드 카펫이 깔린 트랩을 밟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했을 때만 트랩이 제공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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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뉴스 블로그 시노시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빌 비숍도 “단순 실수일 수도 있지만 1년 넘게 준비한 G20 행사인데 갑자기 한 대통령의 의전에서만 문제가 생겼다는 건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레드카펫으로 덮힌 트랩을 밟지 못한 데엔 “미국을 약해 보이게 만들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체 중간에 위치한 문에서 내린 오바마 대통령은 낮은 곳에서 내려오는 모양새가 됐다. 활주로에 있는 의전 요원이나, 방송용 카메라가 낮은 시선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바라볼 수 있던 것이다. 평소 주로 사용하는 문은 조종석 창문 옆 높은 위치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트랩을 내려오는 중에도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중국 관리와 백악관 직원 사이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취재를 위해 활주로에 자리잡은 기자들에게 중국 관리가 위치를 문제삼았을 때다. 백악관 직원이 “미국 비행기이고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하자 중국 관리는 영어로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아쳤다.
NYT는 수잔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 장면을 보도하면서 양국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