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보험왕’ 자리 지키려다… 설계사 고객 돈 44억원 꿀꺽

학운 2016. 3. 6. 21:55

연 6억원대 수입이 보장되는 ‘보험왕’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원금을 2, 3배 불려주겠다”며 가입자를 늘려온 보험설계사가 고객 돈 4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0년 이상 거래해온 고객 28명에게 고수익을 약속하며 44억7000만원을 받아간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보험설계사 박모(48·여)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박씨는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원금의 2, 3배를 보장해주겠다며 가입자를 늘렸다. 하지만 그런 고수익 상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약속한 수익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다른 고객에게 다시 거짓말을 했다. “해약한 고객의 보험을 유지하면 내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그 돈으로 4∼6%의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말에 고객들은 선뜻 그에게 돈을 건넸다.

‘돌려막기’로 근근이 이어가던 박씨의 사기 행각은 약속한 돈을 받지 못한 고객의 고소로 들통났다. 피해 고객들이 받지 못한 돈은 적게는 1900만원, 많게는 10억원에 이르렀다. 피해자 중에는 박씨의 친언니도 있었다.

박씨는 20여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고객들과 쌓은 오랜 친분으로 의심을 피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적의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TOT(Top of the Table)’ 타이틀을 세 차례 차지했었다. 이 ‘보험왕’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