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띄어서 경기를 살리는 정책에 집중했던 정부가 이제는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같은 메뉴의 규제를 수없이 풀었다 조였다, 반복해온 부동산 정책인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별로 없죠. 이번에는 어떨지,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을 짚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겠습니다.
Q.규제를 풀고 조이는 부동산 정책이 그동안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부터 정리를 해보면...
A. 정부가 집값에 직접 영향을 주려는 부동산정책을 편 건 김대중 정부 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부동산 정책이 고도 성장기의 토지투기에 대한 단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빨간바지'로 상징되는 이른바 복부인들이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토지보다는 집값의 오르내림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의 시작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로 보는 겁니다.
이 시기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규제완화 정책이었습니다. 당시에 IMF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죠. 은행,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고 부동산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였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풀 수 있는 건 다 풀었다고 할 정도로 규제 완화 정책을 펴나갔습니다. 분양가를 자율화했고 소형 평형의 양도세를 면제했죠. 분양권 전매, 청약 재당첨도 허용했습니다.부동산 활성화 대책 발표만 35차례나 될 정도였습니다. 경제위기가 수습되면서 이런 부양책의 효과로 2001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집값 상승률이 2001년에 9.9%, 2002년에는 16.4%로 가파른 상승을 보였습니다.
Q. 그런데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는 반대로 강력한 규제를 밀고 나갔죠?
A. 이때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 과열 분위기가 나타나던 때였습니다. 사실상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거죠.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화, 종부세 도입, 분양가 전매제한 확대, 그리고 나중에는 총부채 상환비율인 DTI 도입, 분양가 자율화 폐지까지 규제책을 내놓았습니다. 부동산 관련 규제는 다 모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헌법처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관련법을 만들겠다, 정책 당국에서는 이런 공언까지 했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백화점이었던 노무현정부는 부동산 버블에 시달리면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폭등 정부라는 오명까지 써야 했습니다. 뜨겁던 부동산 시장을 차갑게 만든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졌죠. 호황을 틈타 건설사들이 쏟아낸 물량은 미분양으로 묶여 버렸습니다. 2006년 말 7만3천 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2009년 3월에는 16만 5천 가구로 껑충 뛰었죠.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규제 완화 정책으로 바뀌게 됩니다. 임기 첫해 6월에 6.11 지방 미분양 대책, 그리고 2달 만에 8.21 부동산대책, 다시 한달 만에 9.19 서민용 주책공급 확대방안, 또 한달 뒤 건설 부동산 대책, 이렇게 한 두달 간격으로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내용을 보면 취득세 감면, 고가주택 기준 조정, 양도세율 완화, LTV 규제 완화,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투기지역 해제 같은 조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정책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크게 되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매매 거래는 위축됐고 전셋값만 급등을 했죠.
Q.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펴나간 거죠?
A. 대선공약으로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표명했고 2013년 정부 출범과 함께 거래 활성화 정책을 폈습니다. 양도세를 감면하고 재건축 요건과 청약 요건을 완화했고 LTV와 DTI를 완화했습니다. 여기에 금리까지 내렸죠. 사실상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부의 권유인 셈이었고 덕분에 주택시장은 거래가 늘어나며 온기를 찾았습니다. 2014년 말 주택 매매 거래량은 90만 건을 넘어서며 8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고 2015년에는 12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통계작성이후 최대치였습니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뇌관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이미 천2백조원을 넘어서지 않았습니까? 결국 대출을 죄는 규제 조치를 정부가 다시 들고 나온게 현재 상황입니다.
Q. 정말 규제의 메뉴가 똑같은 거 같아요. 취득세, 양도세, 전매제한, LTV, DTI, 이런 것들을 조였다 풀었다 한 건데 문제는 너무 자주 바뀐거 같아요
A. 사실 식으면 데우고 또 너무 뜨거워지면 식히는게 맞는 거죠.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정책이 너무 왔다갔다 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눈에 보이는 대로 치료하려고 하는 대증요법에 치우치다보니 단기 대응을 하게 되는 거고 그러다 보니 내성이 생겨서 정책의 효과도 반감되는 겁니다. 취득세 감면 조치 같은 것도 3개월, 6개월, 1년씩 한시적 연장 발표를 했는데 그 결과 거래단절과 거래폭주를 왔다갔다 하게 하며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교란 시킨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겨서 정책이 하나 발표돼도 기다리면 또 바뀌겠지, 이런 심리가 생기니까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되는 거죠.
Q. 정책의 엇박자도 적지 않았던 거 같아요.
A. 2014년에 발표된 2.26 대책이 대표적인 엇박자 정책으로 꼽힙니다.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혔는데 다주택자들의 구매심리를 위축시켜 주택시장 온기에 찬물을 끼엊은 겁니다. 직전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2주택 분양 허용 같은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생겼는데 한순간에 사라지게 한 겁니다. 온탕을 만들어야 할 때 냉탕을 만들어 버린 거죠. 당시 대책의 제목이 부동산 임대차 선진화방안이었는데 부작용이 이렇게 커지니까 '선진화방안이라고 쓰고 규제라고 읽는다' 이런 말까지 나왔죠.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도 지적을 받습니다. 현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4.1대책에서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을 발표했지만 입법이 지연되면서 효과가 반감됐습니다. 부동산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발표에서 시행까지 시기가 길어지면서 시장에 혼란을 준 겁니다.
Q. 그럼 현재 우리 부동산 정책을 진단해볼까요.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A. 이중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부양 사이의 딜레마, 그리고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 사이의 딜레마입니다. 그리고 이런 딜레마가 정책의 일관성을 흔들리게 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부양의 딜레마를 볼까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현정부 초기 LTV와 DTI를 완화해 사실상 빚을 내 집을 사도록 유도를 했죠. 최근 정책당국에서는 빚내서 집사라고 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을 합니다. 그렇게 대놓고 말은 안했죠. 그런데 당시 정책 브리핑에 저도 참석을 했었는데 정부의 그런 메시지는 명확했거든요.
그리고 지금 완화된 LTV와 DTI가 70% 입니다. 처음에 도입될 때 40% 아니었습니까? 그걸 70%까지 올린 건데 이건 사실상 빚내서 집사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거죠. 그런데 그 결과 가계부채는 급증을 했는데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더딘 겁니다. 부양은 계속 해야겠는데 부채가 너무 많아서 정책 운용의 틈은 없고 그런 딜레마인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여신심사 강화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도, 부동산 부양을 위해 실시한 LTV,DTI 완화 조치는 계속 연장을 하고 있는 모순된 정책이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도 딜레마입니다. 정부가 잡으려는 두 마리 토끼인데 지금처럼 물가상승율 이하의 집값 상승속에서는 거래활성화가 쉽지 않죠 집값 안정이 매매심리의 발목을 잡는 셈입니다. 최근의 전셋값 폭등현상도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살려는 수요가 폭증한 탓이죠. 매매를 활성화시켜 전세난을 잡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는데 이 딜레마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우리 부동산 정책,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 걸까요?
A. 말씀 드린 대로 눈앞의 문제만 단기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하겠죠. 무엇보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부동자금이 대기하는 있는 시장입니다. 시중 부동자금이 천조 원에 달하지 않습니까?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돈이 된다 싶으면 몰려드는 돈인데 최근 강남 재건축 열풍때 확인되기도 했죠. 여기에 투기 광품을 겪은 과거 경험도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민감합니다. 2.26 대책으로 다주택자 전월세 과세때 실제로 2주택자 165만 명중 실제 세금을 내는 사람은 6%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심리적으로 가라앉아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켰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대로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는 시장입니다. 또 바뀌겠지 하는 불신이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시장에 끌려가는 뒷북 정책이 아니라 시장을 예측하고 끌어가는 장기 정책이 필요한 거죠. 과거 헌법만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정책을 공언한 정책 당국자도 있었는데 헌법 만큼은 아니어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부동산 정책이 아쉽습니다.
<br>출처 : SBS 뉴스
</BR>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685609&plink=STAND&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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