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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굴착기 국내 판매 제한 추진...업계 강력 반발

학운 2016. 7. 18. 08:45

[수급조절 품목에 굴착기 포함하는 방안 검토중...업계 경쟁력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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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 작업중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삼림용 굴착기. /사진=볼보건설기계코리아

국토교통부가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를 통해 굴착기의 국내 신규판매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방안이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세번째 추경 편성을 통해 추진중인 경기부양 및 내수살리기에도 역행하는 반시장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어 수급조절 품목에 굴착기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수급조절 품목에 굴착기가 포함될 경우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 건설기계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포기한 채 해외시장에서만 경쟁하게 된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는 2007년 4월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된 내용으로, 현재 덤프트럭, 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트럭이 적용 대상이다. 적용대상은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가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급조절위원회는 지난해에도 조절대상에 굴착기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FTA 교역국가들과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지적에 따라 회의 안건에서 이 방안을 제외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나온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적정 굴착기 등록대수가 13만대 수준이며, 지난해말 기준 13만6483대가 등록해 당분간 굴착기 역시 수급조절 대상에 포함해 당분간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굴착기 신규 등록을 규제하고 조정해야 할 만큼의 긴급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0~2015년 국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6%인 반면, 같은 기간 영업용 굴착기 등록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1.3%로 폭증이나 과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업계에서는 매년 굴착기 등록대수가 증가하는 수치만으로 초과 공급을 논하기 이전에, 정기검사를 받고 있지 않는 미수검 장비 규모가 얼마인지 실태 파악과 관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한궤도 굴착기는 매 3년마다, 바퀴달린 굴착기는 매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3년 이상 미수검 상태인 굴착기만 해도 2만여대로 전체 등록댓수의 15% 가량에 달한다는게 업계 추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굴착기의 수명연한을 보면 3년 이상 미수검 상태, 차령 20년 이상된 굴착기는 사실상 존재를 알 수 없는 장비임에도 최소한 1만대 이상인 이 수치가 말소되지 않고 등록대수에 포함돼 있다"며 "사용연한이 오래된 미수검 장비들이 결국 불법 영업과 임대 단가의 출혈 경쟁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급조절 제도 품목에 이미 포함된 덤프트럭은, 영업용 차량 등록대수가 제한되자 자가용 번호판을 단 차량의 불법 영업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2009년부터 신규등록이 금지됐지만, 지난해 말 국내 덤프트럭 수는 2009년에 비해 오히려 1800여대 늘어났다. 기존 번호판 가격은 15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에 따른 영세 건설기계 대여사업자의 수익구조 해결을 위해 해당 제도 폐지와 함께 △표준임대차계약 및 8시간 근무 의무화 △노후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환경부담금제도 도입 및 지원 △중고 건설기계 수출 활성화 지원 △지입구조 폐지 및 대여사업 포기자에 대한 지원 △중고차 폐차지원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굴착기 수급조절이 시행될 경우 국내 제조업계의 경쟁력 위축뿐만 아니라 굴착기를 제조하는 국가들의 무역보복조치도 우려된다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FTA를 맺은 해외 국가 업체라 하더라도, 굴착기 국내 판매가 해당 조치에 따라 막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굴착기 업체인 미국 캐터필러도 최근 한국 정부에 "건설기계 수급조절은 한-미 FTA 위반"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급조절정책이 지속되면 신규 임대자업자 시장진입 봉쇄, 임대사업자간 소득격차 심화, 내수시장 위에 따른 완성차 제조업체 및 협력업체의 도산과 대량실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의 인위적인 제한으로 제조업체들은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를 상실해 궁극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외국기업의 공급에 종속되는 시장왜곡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