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사실이라도 비방 목적 있으면 처벌

학운 2016. 2. 29. 17:16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사실을 밝혀 다른 이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구(舊)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로 합헌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1월 자신이 사는 아파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웃에 사는 부부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던 중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2013년 4월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헌재는 "법 조문에 규정된 '비방할 목적'에서 '비방'이나 '목적'이라는 용어는 정보통신망법에서만 사용되는 고유한 개념이 아니고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법령에서도 사용되는 일반적인 용어"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 없이도 일반인들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은 명예훼손적 표현을 규제하면서도 '비방할 목적'이라는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해 규제범위를 최소한도로 하고 있다"며 "헌재와 대법원이 국가에 관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보호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진실한 사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는 위축효과를 가져오는 조항"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진실한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판할 목적'의 구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라며 "조문에 '비방할 목적'이라는 구성요건이 존재한다고 해서 진실한 사실을 밝힌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제한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한 사실을 표현해도 처벌할 수 있고 심지어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