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놓은 투자 활성화 대책은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의 팔을 비틀어 투자를 강요하는 대신 투자 계획은 있지만 규제 때문에 난항을 겪는 기업들의 애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규제를 풀기로 한 6건의 현장 대기 프로젝트 가운데 양재·우면 지역 R&D(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비롯한 4건은 서울시와 고양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을 변경하면 추진이 가능하다. 경기 고양시의 한류 문화 콘텐츠 시설 집적단지(K컬처밸리) 조성이나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 등 2개 프로젝트는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률 개정 대상이 아니라 시행령만 고치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지금까진 왜 못했을까. 기획재정부 이찬우 차관보는 "개별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해 움직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규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새 틀로 이런 장벽을 돌파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목마른 기업에 맞춤형 규제 완화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서울 시내인 서초구 우면동과 양재동 일대를 'R&D 특구'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에 있어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좋고, 판교테크노밸리 등 인근 지역과 연계성도 뛰어나 인기가 많은 곳이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280여곳이 이 지역에 연구 시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연구소를 둔 기업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다. 지난 10여년간 R&D 인력과 수요가 크게 늘어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 일대가 자연녹지와 제2종 주거지역(용적률 50~200%)으로 지정돼 있어 시설을 확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는 땅이 많은 양재IC 인근은 용적률이 대부분 100% 이하로 묶여 있어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정부는 서울시·서초구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 지역에 대한 지역특구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특구 안에서 기업이 R&D 시설을 짓거나 증설할 경우 건폐율과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등 행정 절차도 빠르게 처리해줄 방침이다. 우면동 3만5000㎡(약 1만평)의 부지에 전자·IT 연구소를 둔 LG전자는 "지은 지 40년이 된 비좁고 낡은 건물을 이용하면서도 용적률과 건폐율 제한으로 신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정부 조치가 R&D 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CJ그룹 계열사인 CJ E&M은 1조4000억원을 투자해 경기 고양시의 호수공원 주변에 테마파크와 상업 시설, 호텔·공연장 등을 갖춘 약 30만㎡(9만평) 크기의 'K컬처밸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테마파크는 경기도가 소유한 23만여㎡(7만평)의 공유지(公有地)에 세울 계획이었다. 관광객들이 유명 한류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면을 보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CJ는 경기도가 소유한 부지를 장기 임차할 계획이었지만 '서비스 업체에 대한 공유지 대부 기간은 5년'이라는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딱 5년만 쓸 땅에 1조원 넘는 돈을 투자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올 상반기에 관련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서비스 업종도 제조업처럼 20년간 대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태안 타이어 주행시험센터 건설도 탄력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충남 태안군 150만여㎡에 연구 시설과 고속 주행로 등을 갖춘 '타이어 주행시험센터' 건설을 검토하다가 중단했다. 해당 부지가 식량 위기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즉각 논밭으로 바꿔야 하는 규제로 묶여 있어 건물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공동으로 올해 12월까지 도시계획을 변경해 해당 부지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했다.
경기 의왕시의 의왕산업단지 조성도 이번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의왕시는 기존 산업단지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대체 산업단지 부지를 물색해왔다. 하지만 의왕시가 선정한 신규 부지 가운데 일부는 국토교통부가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확장 대상으로 검토해온 곳이었다. 정부는 1년 넘게 대립해온 국토부와 의왕시를 중재해 ICD 확장 대상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도시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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