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이혼·상속판결

17년간 손자 키운 할아버지…법원 "부모가 양육비 지급해야

학운 2016. 5. 22. 22:08
17년간 부모 대신 손자를 키워 온 할아버지에게 친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60대 A씨는 1998년 아들 내외가 이혼하면서 만 1세이던 손자 B씨(19)를 맡아 17년간 양육했다. A씨는 B씨를 키울 당시 운영하던 학교 급식사업이 원만하게 잘 됐던 덕에 각종 과외나 예능 교육, 가정교사까지 붙여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 부모 없는 자식을 잘 못 키웠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사업이 어려워졌다. A씨는 현재 가정집에 딸린 식당을 운영하면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집 마저도 경매에 넘어갔다.

손자를 A씨에게 맡긴 아들은 한 차례도 A씨를 찾아오지 않았다. 연락도 없었고 생활비를 보내온 적도 없었다. 며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혼을 해 세 자녀를 두고 있는 B씨의 어머니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A씨는 B씨의 대학 등록금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나빠지자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냈다. 그간 사용한 양육비 9000만원과 앞으로 필요한 양육비로 매달 100만원을 달라는 것이다.

의정부지법 가사2단독 윤지숙 판사는 A씨의 아들이 양육비 3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며느리에게는 120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이 내려졌다. A씨 아들 내외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최근 맞벌이와 이혼 부부가 증가하면서 조부모가 손자들을 양육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양육비 부담이 큰 만큼 용돈 형태가 아닌 월급 형태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