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판결

대법 "허가받아 쓴 통행로, 뒤늦게 통행 금지는 권한남용"

학운 2023. 3. 28. 19:49

토지주, 통행로 사용 건물주 상대로 통행료 요구…울타리 설치도

2심 "건물주 통행 금지…부당이득금 276만원 토지주에 지급해야"

대법 "前토지주가 통행로 무상사용 허락…통행 금지시 건물출입 불편 초래"

"실질 이익 없이 고통·손해만 입혀…권리남용 여지 커"

대법원. ⓒ뉴시스

오랜 기간 사람들이 인접 건물 통행로로 쓰던 땅을 새 주인이 뒤늦게 통행금지시키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건물주에게서 토지 이용료를 받되, 통행금지는 하지 말라고 판단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8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충남의 한 토지주 A씨가 인접한 땅의 건물주 B씨 등 8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B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19년 매입한 땅의 일부가 B씨 건물로 향하는 도로로 사용되는 걸 문제 삼아 높이 50cm짜리 울타리를 치고 B씨 등에게 통행료를 요구했다. B씨 측은 A씨 이전의 토지주 허가를 받고 도로를 내내 사용해 왔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울타리를 제거하라고 소송을 냈고, 이에 A씨는 울타리를 철거하는 대신 통행료를 달라고 맞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이미 울타리를 제거한 점을 고려해 울타리를 없애라는 B씨의 청구를 각하하고 통행료를 달라는 A씨의 청구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항소심에서 통행료에 더해 B씨 등이 해당 도로를 통행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청구했다. 2심은 이를 받아들여 B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고 부당이득금 총 276만원을 A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결 중 부당이득금 지급 부분은 유지하고 통행금지 부분만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는 옛 토지주가 땅 일부를 통행로로 무상 사용하도록 허락했고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까지 허락하는 등 소유권이 제약된 상태를 알고도 땅을 취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 B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면 구조 특성상 건물 출입에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며 "A씨가 B씨 등에 대해서만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도 없이 상대방에게 고통과 손해만 입히는 것이 되어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B씨 등이 땅을 통행로로 사용한 만큼 그 이익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그 이득액을 통상적인 임대료의 50%에 해당하는 액수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