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명의자가 실소유주의 허락 없이 땅을 팔았다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횡령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10월 토지를 매수하면서 B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두는 계약을 체결했다. 둘은 ‘모든 매매권리는 A씨에게 있고, B씨는 명의이전만 됐을 뿐 금원은 투자한 사실이 없다’는 각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B씨는 2014년 이 토지를 제3자인 C씨에게 14억원에 팔았다. A씨는 “동의 없이 명의신탁받은 토지를 처분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B씨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A씨와 B씨처럼 부동산 명의신탁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므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2016년 판결에 따른 것이다. 다만 1심은 B씨가 땅을 팔아 부당이득을 얻은 점은 인정된다며 A씨가 청구한 금액의 일부인 약 2억7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반면 2심은 B씨가 부당이득을 얻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B씨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 처벌대상이 아니더라도, A씨 채권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B씨가 A씨의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명의신탁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했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사회질서나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형법상 횡령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B씨는 A씨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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