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단톡방서 "내 돈 안 갚아 감옥 갔어"…대법 "명예훼손 아냐", 왜

학운 2022. 8. 19. 11:59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인물을 가리키며 '내 돈을 갚지 않아 수감됐다'고 말한 행위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동창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월 고등학교 동창 10여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서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채팅방에서 B씨에 대해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도 조심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가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글을 남겼으므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올린 글 중 'B씨가 A씨에 대한 사기죄로 몇 개월간 수감된 적이 있다'는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고등학교 동창 2명이 B씨에 의해 재산 피해를 입은 사실에 기초해 다른 동창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려는 목적으로 글을 남긴 것으로 봤다. 글의 말미에서 '너희도 조심하라'고 말한 점도 그 근거로 언급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C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환송했다.

C씨는 2017년 11월 한 병원 앞에서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취지의 전단지를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C씨는 전단지에서 자신을 수술을 받다가 숨진 이의 자식이라고 소개하며 '만행을 알리고자 한다. 의사는 재수가 없어 죽었다는 막말을 하고 있다'는 등의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C씨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처벌하기 힘들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료사고 발생 후 의료인이 유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은 의료인의 자질과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재판부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D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부인 D씨 등은 2018년 자신들이 관리하던 빌라의 임차인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D씨 등은 다른 거주자로부터 누수 공사요청을 받았는데, 신속히 진행되지 않은 이유를 임차인들의 책임으로 돌리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D씨 등은 공사를 요청한 거주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임차인들을 탓하며 막말과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1심과 2심은 D씨 등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발언이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