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정책 브리핑

아파트 인터폰으로 욕설…대법 "모욕죄"

학운 2022. 7. 5. 20:45

평소 층간소음 때문에 갈등을 빚던 아래층 거주자가 윗집에 손님이 찾아온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인터폰으로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와 B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2019년 7월 A씨 등은 윗집이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아파트 내부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제정신이냐. 뇌에 우동사리가 들은거야 뭐야" "니가 그 따위면 애미 애비에게 뭘 배워" 등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A씨의 모욕적인 발언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7세 아들과 직장 동료이자 같은 교회 교인인 지인과 그의 3, 4살의 어린 딸들도 함께 들었다. 양측은 평소 층간소음을 이유로 갈등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등이 스피커를 통해 욕설한 행위가 공연성이 있다고 보고 모욕죄로 기소했다.

1심은 A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발언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다수로 보기 어려워 공연성이 없고, 피해자와 친분이 있는 방문객이 사건 발언을 지인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낮아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건 당시 욕설을 들은 방문객은 직장 동료로 비밀 보장이 되는 관계로 보기 어렵고, 층간소음에 따른 갈등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A씨 등의 자극적인 발언은 쉽게 얘기가 전파될 수 있음을 짚었다.

여기에 인터폰은 별도 송수화기 없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구조이고, A씨 등이 이를 인지하고 있던 만큼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모욕죄에서의 공연성, 전파가능성,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