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 분양현장에서 분양 후 일정기간 임대수익을 보장해주는 ‘임대수익 보장제’를 도입한다는 문구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수요가 적어 월세가 줄어들거나 공실이 발생할 위험을 없애 수분양자들의 불안을 없애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계약과는 달리 임대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피해를 본 수분양자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분양 중인 A오피스텔 분양회사는 10년간 월 50만원의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전용면적 20.8㎡짜리 161실을 1억3000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전용면적 56㎡ 이하 총 252실로 구성된 이 오피스텔의 63.8%를 차지하는 소형 호실에 대한 공실 위험을 낮춰 현재 40%인 분양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A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는 “위탁계약을 할 경우 위탁대행사에서 협약서를 작성해주고, 서울보증보험(SGI)을 통해 확약을 받을 수 있다”면서 “동일 면적 기준 인근 오피스텔 월세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수익을 보장하고 있어 수분양자 10명 중 9명은 임대수익보장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언급했다.
경기도 내 B오피스텔 분양현장에서도 전용면적 14.6~33.3㎡짜리 252실에 대해 최장 10년간 매월 70만~80만원의 임대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분양가격은 2억5000만~3억원 안팎이다. A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임대관리회사를 통해 임대수익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SGI를 통해 보증서도 발급한다는 게 분양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국 곳곳에서 분양중인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 분양현장에서는 임대수익 보장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행사 혹은 전문위탁대행사와 계약을 하면 통상 2년, 최대 10년간 고정 보장해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관련 내용에 대해 HUG, SGI 등 기관이 보장한 증서를 지급한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임대수익을 받지 못해 소송에 나선 수분양자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지난 2019년 인천 서구에서 분양한 C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이 수익금을 보장하지 않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임대관리업체를 고소한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인천에 있는 D오피스텔을 2017년에 분양받은 한 수분양자가 시행사로부터 보장받기로 한 월 100만원을 받지 못해 대응 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송 사례가 빈번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행사가 임대수익보장을 이행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점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1년 대법원은 관련 내용을 다룬 판결에서 “광고 및 분양계약 체결시의 설명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분양사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즉, 분양계약에 임대수익보장약정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 판례에 따르면 계약 당시 시행사나 시행사가 알선한 관리업체가 파산해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임대수익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분양관계자는 “임대수익보장제도는 사실상 법적인 구속력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수분양자와 임대관리회사, 시행사 간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HUG와 SGI가 계약내용을 보증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두 기관은 민간임대주택에서 임대인을 대행해 주택을 관리하고 수수료를 얻는 등록 임대관리업자에 대해서만 월 임대료를 3개월치까지 보증한다. 간혹 부동산 분양현장에서 임대관리업의 한 유형인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체’가 계약을 대행한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 업체는 수익형 부동산을 관리할 수 없다.
주택임대관리협회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는 임대관리업체를 임대주택에 대한 운영관리를 하는 회사로 못박고 있다”면서 “분양사업에서는 임대관리업자가 관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UG와 SGI 측 관계자도 ‘수익형 부동산 분양현장에서 수분양자들에게 임대수익을 보장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상품은 취급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계약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보증서가 아닌, 시행사 혹은 제3자로 참여하는 임대관리업체의 신용이다. 보증서를 발급하는 업체가 자본력이 튼튼한 곳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영세한 업체라면 부도가 날 경우 임대수익을 돌려받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물이 준공됐을 때 시행사가 자금여력이 있으면 임대수익을 보장할 수 있겠지만, 폐업할 경우 방법이 없다”면서 “2~3년은 임대수익이 보장되더라도, 10년까지 장기간 보장한다는 말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수익 보장이라는 문구에 현혹되기보다는 입지와 가격을 고려해 투자여부를 정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형 건설산업연구원은 “입지나 가격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공실위험이 없는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익 보장 문구를 넣지 않아도 분양이 잘 된다”면서 “설사 계약내용대로 임대수익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보장기간 이후 수익률이 유지될 수 없을 가능성도 있어 부동산 자체의 가치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수익 약정이라는 문구보다는 부동산의 기본 가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분양률이 떨어지는 현장에서는 임대료를 유지하기 어렵고, 임대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수분양자들은 피해를 보게 되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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