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판결

대법 "임대차계약 시 용도 확실히 합의 않으면 계약 무효 주장 못 해"

학운 2020. 12. 23. 12:17

임대차계약에서 확실한 용도 목적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유모씨가 “임대차계약 후 해당 건물이 병원으로 개설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건물 소유주 공모씨에게 계약금 등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의사인 원고 유씨는 2015년 7월 경남 진주시에서 한방병원을 개설하기 유씨는 피고 공씨를 만났다. 다음달인 2015년 8월 유씨와 공씨는 건물 2~4층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유씨는 공씨와 건물 관계자들에게 “용도 부분에 있어 병원이 들어오려면 용도가 인제 병원 용도로 돼야 된다”, “내부적으로 소방시설이나 용도변경에 관련된 것들은 저희가 하겠는데, 임의대로 막 할 수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15년 9월 원고 유씨는 건축사 사무소 등에 확인한 결과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은 도로와의 이격거리가 부족하고, 비상계단이 1개소 부족하여 병원개설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했다. 이후 피고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자 피고 공씨는 임대차 건물 면적 1224㎡ 중 1000㎡ 이하로만 병원으로 용도변경을 하고 나머지 224㎡에는 개인사업자로 식당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15년 10월 원고 유씨는 병원 개설 허가를 내 주지 않는다는 임대인인 피고의 귀책사유를 들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면서 임대차보증금 등의 반환을 요구했다.

 

피고 공씨는 해당 사건에서 “임대차계약 당시까지 본인이 임대차건물에서 병원을 할 것인지, 의원을 할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용도변경을 해 메디컬 입점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확인을 해 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물은 병원으로 개설할 경우 1000㎡까지 가능하고, 의원으로 개설할 경우 1224㎡ 전부 가능하다”며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이나 이행불능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씨는 “유씨가 224㎡의 부족으로 인해 병원을 할 수 없음을 인증하지 못하는 한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심은 피고 공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진주시 건축조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문제여서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피고에게 부담시킨다는 약정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던 점 △피고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구분 의미와 허가 절차 차이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했던 점 △병원을 개설하려는 건물에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 허가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허가 신청을 할 사람인 원고가 잘 알 수 있고 잘 알아봐야 하는 사항인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임대차계약상 병원 개설 허가를 받아줄 의무를 피고가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살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2심은 피고 공씨가 청구금액 1억 5300만원 중 8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부터 진주시 건축조례를 위반해 병원개설 허가를 받을 수 없어 계약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해당 임대차계약은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또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 ‘임차인인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 허가받아 사용한다’거나 ‘그러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임대인인 피고가 책임지고 이행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