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채권채무·손배소송

안 닫히는 방화문 탓에 4명 화재참사…"지자체도 부실점검 책임"

학운 2020. 3. 16. 08:00


화재시 아파트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하는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탓에 인명피해가 커졌다면, 소방점검에서 이를 미리 파악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도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설범식 이재욱 김길량 부장판사)는 한 아파트 입주자들의 유족 11명이 경기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 소송은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제기됐다.


당시 1층 주차장의 오토바이에서 난 불이 출입문을 통해 아파트 내부로 번졌다.


아파트의 방화문이 닫혀 있지 않았던 탓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계단실을 타고 급속히 확산했다. 이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4명이 숨졌다.

유족들은 방화문에 도어클로저(자동으로 방화문을 닫아주는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전기실의 방화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며 아파트 시공사와 감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아울러 관할 소방서 소방관들이 소방점검을 할 때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며 경기도도 함께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시공사와 감리업체, 경기도 모두 책임이 있다며 세 곳이 공동으로 17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경기도만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결론은 동일했다.

경기도 측은 소방 특별조사의 대상이 되는 세부 항목에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어클로저를 살피지 않았다고 해서 소방관들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방시설법의 문언 등을 따져보면 소방관에게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지를 확인해 시정을 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파트에서 방화문이 닫힌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화재가 복도로 확산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도어클로저는 방화 구획화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관의 세부 조사표 항목은 '소방시설 미설치' 등 포괄적으로 기재돼 있다"며 "불이 났을 때 화염과 연기의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시설인 방화문의 도어클로저 점검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측에서는 화재 경보에도 신속히 대피하지 않은 주민들의 책임도 일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전 9시 23분 화재경보가 울렸음에도 망인들이 즉시 대피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1분 뒤에는 이미 1층 계단실 입구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어 여기를 통해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