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도용으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대출채무가 생긴 피해자가 "내가 빌린 돈이 아니므로 갚을 필요 없다"며 대부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적법한 대출계약이 아니므로 갚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정문경 판사는 최모씨가 A대부업체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1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최씨도 모르는 거래는 이렇게 이뤄졌다. 2014년 8월 조모씨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예금통장을 개설해 주면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승낙한 조씨는 같은 해 10월 통장 개설 거래 제안자에게서 자신의 사진이 부착돼 위조된 최씨 명의의 주민등록증을 건네 받았다.
조씨는 제안받은 대로 이틀 뒤 서울 중구의 한 저축은행에서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최씨 명의로 거래신청서를 작성하고, 통장계좌를 개설했다.
이 계좌로 사용자 ID와 암호를 적은 인터넷뱅킹도 신청해 보안카드 등 인터넷 뱅킹에 필요한 매체도 발급받았으며, 이러한 금융정보를 이용해 최씨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다.
조씨는 이어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인터넷 대출을 시도했고, 최씨 명의로 A대부업체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이 돈은 최씨 명의의 저축은행 통장계좌로 입금됐고, 조씨에게 통장 개설을 제안했던 사람이 돈을 모두 빼내갔다.
두 달이 지나서야 자신의 명의로 대부업체에 대출금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씨는 경찰서에 피해를 신고하고, 지난해 3월 대부업체를 상대로 자신이 거래를 해 돈을 빌리지 않았으니 대출금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부업체측은 최씨 명의의 공인인증서 인증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해 대출계약이 체결됐고, 최씨 명의 계좌로 돈이 송금됐으므로 전자문서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유효하게 성립한 것이라 주장한다"며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대부업체가 공인인증서를 통해 거래상대방이 본인임을 확인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효과는 명의인에게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최씨가 아닌 제3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개설하고 발급받은 최씨 명의의 금융정보와 공인인증서가 이용됐다"며 "(제3자가) 최씨를 가장해 권한없이 대출을 받았으므로 대부업체 주장처럼 적법한 대출계약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최씨에겐 대출금 채무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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