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판결

'신뢰관계 파괴' 들어 민사소송 제기…계약해지 가능할까

학운 2016. 5. 7. 23:15
◇ 사건 개요

A사는 2009년 B사와 사이에 하역보관, 선적업무 위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A사와 B사는 계약서 내용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고 A사는 B사에게 추가 보관료를 달라고 했으나 B사는 이를 거부했다.

A사는 B사를 상대로 추가 보관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B사는 A사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B사는 A사의 법 위반을 지적하며 관할 관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A사는 "B사의 계속된 소송과 민원 제기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깨져 더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B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냈다.

◇ 관련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소송(2015가합57663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 이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사가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주장을 하면서 A사가 제기한 소송에 응소하거나 그 밖의 소송과 민원을 제기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런 사실만으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돼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 간 추가 보관료 약정 등에 관해 다툼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계약에 근거해 설치한 구조물의 소유권이 문제가 돼 B사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항만시설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민원도 제기한 것으로 보여져 B사의 응소나 소송제기가 소송권을 악용·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 Advice

원칙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상대방이 계약상 중대한 의무 위반을 했음을 주장,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실무상 '상대방과의 심각한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계약의 해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계약의 성격상 양 당사자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경우,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파괴된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동업계약의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계약의 해석상 다툼이 있어 서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민원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심각한 신뢰관계 파괴로는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앞서 대법원의 여러 판례에 따르면 거래 당사자기 쌍방 간에 형사고소까지 제기했다면 심각한 신뢰관계 파괴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싶은 당사자는 의도적으로 상대방과 분쟁을 야기한 다음 '신뢰관계 파괴'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