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선산 덜컥 샀다간 낭패…`종중 총회` 거쳤나 확인하세요

학운 2019. 11. 29. 08:16

얼마 전 종중으로부터 건물을 매입하려는데 법률 리스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계약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에 용역을 수행한 적이 있다. 보통 중개사 계약서 양식에 최소 특약만 기재하는 행태와는 다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꼭 종중 재산이 아니더라도 부동산 매매에서 거쳐야 할 법률 검토 사항은 의외로 많다. 부동산 종류(아파트·상가 등)에 따라 다르고 당사자, 대리권, 거래 조건, 임대차 관계 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 계약 불이행에 관한 페널티 조항도 필수다. 그런데 부동산 소유 명의가 종중인 경우는 여러 가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종중은 공동 선조를 모시는 종중원들 단체이지만 법인설립등기를 하지 않으면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비법인 사단'이라고 하는데 법인(회사)이 재산을 소유하는 경우와 차이가 있다. 비법인 사단에는 종중, 교회, 동창회, 부락(마을) 등 여러 경우가 있다. 현행 주택법상 주택조합(지역주택조합·직장주택조합)도 비법인 사단이다. 반면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조합, 재건축조합은 법인등기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법인'이다. 단체 명칭에만 현혹돼서는 안 되고 반드시 법인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법인인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비법인 사단은 법인격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을 단독 소유할 수 없다. 비법인 사단 명의로 부동산 등기가 가능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민법상 법인격(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자연인(사람)과 법인뿐이다. 따라서 종중원이나 교인, 지역주택조합원 같은 구성원들이 비법인 사단의 재산을 공동 소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일컬어 '총유'라 한다. 구성원들은 총유 재산을 규약에 따라 자유로이 할 수 있지만 그 재산의 관리 처분에는 제약이 따른다. 정관 등 규약이 정한 방식, 예를 들어 종중이사회 결의나 교회의 당회 결의 등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데 그런 절차가 없으면 사원총회 결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적법한 대표자가 한 처분이라 할지라도 무효가 된다. 매매 후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더라도 반대파에서 절차 위반으로 무효를 주장하면서 등기말소를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종중 이사회 결의, 교회 당회 결의 등 규약에 정한 절차나 총회 결의를 형식적으로 거쳤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관이 근거 없이 위조되거나 성립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무효라면 그에 기초한 결의도 무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중 측에서 가지고 나온 정관을 보면 공증은커녕 형식마저 조악해 그 신빙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반드시 총회 결의까지 요구해야 한다. 또 총회 결의까지 거쳤더라도 재적과반수 출석의 정족수가 확보되지 않아 그 결의가 무효인 경우도 발생한다. 종중이나 교회의 재적 인원을 몇 명으로 할 것인가 확정하는 것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법인 사단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은 필연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 무효에 대비해 종중 대표자나 이사들의 연대보증을 받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