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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후반 소리없이 내리꽂는 ‘스텔스 낙하산’

학운 2016. 5. 9. 21:50
·13 총선에 국민들의 눈길이 쏠렸던 올해 봄, 공공기관 주요 임원 자리에 소리없이 내려앉은 ‘낙하산’이 1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 등 정책금융기관의 관리를 받는 부실기업에 잇따라 선임된 낙하산 사장들이 전문성 부족, 책임회피 등으로 손실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벌어진 대규모 ‘낙하산 투하’인 셈이다. 임기 말 권력 주변부의 밥그릇 챙기기로 국가 경제를 좀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이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 들어 16명의 ‘낙하산’이 주요 공기업 기관장·상임감사 등 주요 임원 자리를 꿰찬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거나,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 등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사 11명은 공기업의 2인자 격인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언론과 노동조합 등이 주목하는 기관장 대신, 소리없이 노른자위를 차지한 셈이다.

김철 실장은 “이번 자료는 공기업을 주된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면 낙하산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6년도 기준 공공기관은 모두 323곳으로, 그 가운데 공기업은 30곳이다.

낙하산으로 분류된 공기업 상임감사들은 업무 특성과는 무관한 경력을 거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3월 임명된 한국광물자원공사 김현장 감사는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광주전남본부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한국전력공사엔 지난 2일 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감사로 임명됐고, 한전의 발전 자회사 가운데 3곳엔 지난 3월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인 김오영·박대성·김선우 감사가 각각 임명됐다.

총선 낙선자 등 ‘정피아 낙하산’ 노골화 우려

또 한국무역보험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에도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 출신 이대용 감사와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 이진화 감사가 자리잡았다. 안광복 한국조폐공사 감사는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출신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그러들었던 ‘관피아’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임명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은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기관장에서 사퇴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자리를 채운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공군참모총장 출신 퇴역 장성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박상우 사장이 선임됐다.

최근 구조조정 대상이 된 조선·해운업종의 부실기업들에도 정치권과 금융권 등의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 방위사업청, 해군, 국가정보원 등 출신들이 고문·자문역·상담역 등의 자리를 차지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2011~2015년에 임직원 43명이 퇴직한 뒤 자회사 등에 취업했다. 이처럼 공기업과 금융권, 부실기업 등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스텔스 낙하산’이 횡행한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굳어진 낙하산 관행이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부담을 안기고 있는 조선·해운 등의 부실기업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업종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조차도 부실기업을 살리기 어려운 판에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들이 경영정상화를 꾀하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정권 말에 이르면서 낙하산 관행은 더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철 실장은 “올봄에 있었던 낙하산 인사는 그 전조”라고 평가했다.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올해 말까지 무려 97곳의 기관장 인사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