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교통·보험판결

면허없이 돈 받고 ‘부항 시술’ 하면 위법

학운 2016. 5. 7. 23:16

아픈 부위에 침을 놓고 흡착기를 대 나쁜 피를 없애는 ‘부항’은 한의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 가운데 하나로, 시술 방법이 간단해 민간에게도 널리 퍼져있다.

 

만약 이런 시술들이 법적으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일반인으로서는 민간요법과 한의사들만이 할 수 있다는 한방 의료행위 사이의 경계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민간요법’은 누구나, 누구에게나 처치해도 무방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면허 없는 일반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부항 시술을 하는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위법한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있다.(2004도3405)

 

지압사인 A씨는 충남 당진읍의 한 찜질방 안에 침대와 부항기, 부항침 등을 갖춰 놓고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치료를 해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 A씨는 아픈 부위와 증상을 물어본 뒤 양손으로 아픈 부위의 혈을 주물러 근육을 풀어주는 한편, 그 부위에 부항을 뜬 후 그 곳을 부항침으로 10회 정도 찌르고 다시 부항을 뜨는 방법으로 치료를 해줬고, 치료비 명목으로 1만5000원 또는 2만5000원 정도의 금액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행위를 했다며 그를 기소했고, 이에 A씨는 부항 시술은 ‘민간요법’이므로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를 의료 면허가 없음에도 의료행위를 한 ‘부정의료업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면서 ‘부항 시술’도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봤다.

 

그렇다면 의료행위를 면허 없이 한 A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무조건 처벌받을까?

 

A씨의 주장처럼 부항 시술은 민간요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A씨의 부항 영업 행위도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허용되는 수준의 행위일까. 

 

재판부는 “부항 시술행위가 광범위하고 보편화된 민간요법이고, 그 시술로 인한 위험성이 적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별적인 경우에 △위험성의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의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부작용 등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문제가 된  A씨의 경우는 처벌받았고 재판부는 그 이유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발행할 우려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없고, 한의사 자격이나 면허도 없이 영리 목적으로 치료행위를 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 판결 팁 = 부항 시술이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다. 이처럼 대법원은 부항 시술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로 본다. 즉, 부항 시술행위는 치료행위에 해당되며, 보건위생상 위해를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판결로 대법원은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부항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대법원은 부항 치료로 영업을 한 A씨에 대해 형량이 무거운 ‘보건 범죄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해 처벌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직결된 위법 행위는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평가된다.

 

따라서 ‘부항’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민간요법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영리목적으로 시술할 경우에는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 관련 조항

 

-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1.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 자

2.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종합병원 또는 외국 의료원조기관의 의료봉사 또는 연구 및 시범사업을 위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자

3. 의학ㆍ치과의학ㆍ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

 

-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1.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업)으로 한 행위

2.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치과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

3. 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한방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