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자고 가"라는 사촌동생 흉기로 찌른 미국교포 '집유'

학운 2018. 10. 1. 09:56


사촌 동생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30대 미국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진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미국 국적 A씨(36)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1월30일 오전 2시30분께 전북 남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사촌 동생 B씨(31)를 폭행하고 흉기로 10여 차례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B씨가 “늦었는데 왜 가려고 하느냐. 자고 가라”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전날 오후부터 함께 술을 마신 상태였다.

범행 후 A씨는 인근 편의점으로 가 “경찰을 불러 달라”고 한 뒤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B씨의 집으로 갔고, 경찰관의 질문에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조사결과 미국 국적인 A씨는 장기간 마리화나를 흡연한 전력으로 인해 카보비노이드(대마계 제제) 의존증후군을 앓고 있었으며, 5년 간 이라크 파병 당시 부상자와 사망자를 접하면서 정신증 증상까지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에도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 또 자수를 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비록 심신미약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실형에 의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되자 A씨는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경찰관 함께 범행 현장을 갔고, 범행사실도 시인한 점을 감안해 A씨가 자수했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카나비노이드 의존증후군 및 정신증으로 인해 피고인은 사촌동생이 자고가라며 말리는 상황을 자신을 감금하는 것으로 판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수한 점, 현재 피해자가 별다른 후유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금고이상의 형이 선고된 뒤 석방될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강제퇴거의 대상이 되고 피고인도 미국으로 돌아가 재향군인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