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1급 지체장애인 A씨는 지난 2004년 신용불량자였던 B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이들의 상황은 6년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0년 5월 A씨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돼 70억원을 타면서부터다.
복권 당첨 한달 후 이들은 혼인신고를 해 정식 부부가 됐다. 그해 12월 이들에게 불행이 닥쳤다. 남편 B씨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내 A씨는 당첨금으로 B씨의 항암치료비용을 댔다. 차츰 건강을 회복한 B씨는 각종 스포츠를 취미로 배우거나 외제차를 사면서 당첨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다른 여성과 바람도 피웠다. 부부는 2016년 이혼 소송에 들어갔다. 남편 B씨는 아내가 복권당첨금으로 사들인 부동산을 나눠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과연 부부의 복권당첨금은 이혼소송에서 어떻게 분할될까.조선DB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용대)는 작년 12월 남편 B씨가 아내 A씨를 상대로 낸 이혼·재산분할 청구 소송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부부의 공동재산이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이 “B씨는 20% 비율로 재산을 나눠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복권당첨금은 당첨자가 자신의 행운에 의해 취득한 재산”이라며 “B씨가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권당첨금으로) 취득한 부동산 등은 (A씨가 받은) 복권당첨금 형태를 달리한 것으로, 부동산도 A씨만의 특유재산이라고 봐야한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결혼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그 재산으로 취득한 자기 명의의 재산을 말한다.
남편 B씨는 이혼 소송 도중 “복권 당첨금으로 사들인 부동산의 유지, 재산 증식에 어느정도 기여했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내 A씨는 “남편의 사치와 부정행위로 혼인생활 파탄에 이른 것”이라며 “남은 재산이라고는 부동산 뿐인데 바람난 남편에게 줄 수는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남편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복권당첨금으로 혼인생활을 유지하면서 6년 동안 함께 50억원을 썼고, 현재 재산분할 대상은 복권당첨금으로 취득한 부동산이 전부인 점, A씨가 복권 당첨 후 정식으로 B씨와 혼인해 부부의 연을 맺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다만 A씨가 B씨의 성실한 가정생활을 기대하고 혼인했지만, B씨의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난 점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을 20%로 제한한다고 했다./이철원 기자
하지만 항소심은 “B씨는 돈을 쓰기만 했을 뿐 재산증식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부 공동으로 협력해 이룩한 재산으로 한정해야 한다”면서 “부부 일방의 특유 재산은 다른 쪽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을 유지하는데 노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복권 당첨금 수령 이후 B씨는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채 스포츠 활동, 수입차 교체 비용 등으로 수억원을 소비하는 등 재산을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특유재산의 증식에 협력한 증거가 없다”며 “또 부동산 관련 임대수익을 올리는 데에 있어서 일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B씨가 복권당첨금을 소비한 액수에 비해 재산 증식 기여도가 미미하므로 재산분할에서 고려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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