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판결

집 공사 맡겨놨더니 누전·누수에 석면…계약서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

학운 2018. 6. 8. 18:01

Q. 안녕하세요. 30대 여자 직장인입니다. 엉망이 된 저희 집 때문에 문의드리게 됐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요. 본가는 대구고요. 본가가 지은 지 꽤 오래된 집이라 몇 년 전에 보수 공사를 좀 크게 했습니다. 골격만 남기고 새로 짓는 수준으로요. 그때 듣기로 7000만~8000만원 정도 든다고 해서 새집 기대를 많이 했어요. 근데 악덕 인테리어 업자랑 잘못 계약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제가 중간중간 본가에 내려가서 공사 진행 상황을 좀 봤는데요. 가관이더군요. 일단 집 벽이 삐뚤어요. 마주 보는 벽은 서로 평행해야 되잖아요. 근데 이게 사선으로 돼 있었다고요. 화장실 배수관도 잘못 설치해서 물이 역류했습니다. 전기도 다 누전됐습니다. 지붕도 방수 처리 해준다더니 하나도 안 해놨더라고요. 어머니가 골라놓은 벽지랑 비슷하게 생긴 싸구려로 몰래 바꿔치기 하려다 저희한테 걸리기도 했고요.

어쩌다 이런 업자랑 계약했냐고요. 저도 나중에 알았는데 저희 어머니가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았다고 하시더군요. 계약서 한 장 안 쓰고 말로만 계약을 맺고 바로 계약금을 입금하셨대요. 저희 어머니가 사람을 너무 잘 믿으시는 편이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답답하죠. 계약서 안 쓴 것에 대해 나중에 엄청 뭐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계약은 계약인데 성실하게 공사를 했어야 하지 않나요? 이 업자는 마지막까지 저희 어머니 돈을 뜯어가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공사를 더 진행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멋대로 와서 손대고 있더라고요. 뜯어말려서 공사를 중지시켰습니다.

더 화가 나는 건요. 저희 집 바닥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채워져 있었다는 겁니다. 그 업자가 공사한 부분을 철거하다 알게 됐습니다. 철거비 저희 어머니가 부담했고요. 그 석면도 다 저희 어머니 돈 들여서 처리했습니다. 다른 업자 찾아서 다시 저희 어머니 돈 주고 공사했고요.

근데 이 업자는 뭐라는 줄 아세요? 저희가 계약을 깨고 무단으로 공사를 중지시켰답니다. 그리고 어쨌든 자기가 직접 공사한 건 맞으니까 남은 공사대금 5000만원을 마저 받아야겠다네요. 돈 안 주면 소송하겠다고요. 저희 어머니 돈 다 돌려받고 철거비에 재공사 비용까지 내놔도 모자랄 판에요. 부실공사 해놓은 거 다 사진으로 찍어놓긴 했는데 계약서가 없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네요. 이 업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겠죠?

A.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로앤탑의 전선애 변호사입니다. 믿고 집 공사를 맡겼더니 석면이라뇨.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우선 질문에 대답부터 드리면 문제의 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따님도 아시듯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업자의 배상책임을 입증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거든요.

법률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보수공사는 업체가 공사 완성을, 상대방이 보수 지급을 서로 약정하는 도급계약으로 취급이 됩니다. 만약 업체가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민법 제667조에 따라 업체 쪽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민법 제667조 제1항을 보면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해 상당 기간을 정해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따님의 사례를 들어 설명드리자면, 업자가 보수공사를 끝냈다고 해도 하자가 있다면 일정기간 내에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 말미에 '그러나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 경우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가 있는데요. 따님의 경우 누전·누수에 석면까지 나왔다고 하니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을 듯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을 보면 '도급인은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보수는 됐고 배상금이나 내놔라'고 하거나 '보수도 해놓고 배상금도 내놔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따님 말씀을 들어보니 이미 어머님께서 다른 업체를 통해 공사를 다 마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보수는 필요없으니, 만약 업자가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우리 쪽에서는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의 반소를 제기해 한 번에 법원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소송으로 옮겨가면 계약에서 정의한 하자란 무엇이고 그 하자가 공사과정에서 발생했는지 등이 쟁점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게 계약서인데, 아쉽게도 어머님은 계약서를 쓰지 않으셨죠. 그래서 감정 등 보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하자의 존재와 배상책임 액수 등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때 단순히 '인테리어 업자의 솜씨가 부족해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정도의 주장으로는 소송에서 이기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대부분 계약서 없이 견적만 받고 간단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면 따님이 말씀주신 하자보수와 같은 분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답니다.

그럼 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을 넣고 확인해야 할까요? 먼저 '공사의 범위 및 공사의 내역'과 '하자보수' 등에 대해 명시해야 합니다. 그외에 시공장소와 공사 일정, 공사비 산정과 지급방법, 연체료와 지체보상금, 계약보증 및 해제, 위약금 등에 관한 내용도 꼭 넣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참 어렵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를 참조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위 표준계약서 제5조에는 '소비자가 시공업자에게 하자의 보수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금액을 청구한 경우, 하자보수가 이루어지거나 이에 갈음하는 금액 지급시까지 그에 상응하는 공사금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분쟁의 소지를 더욱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업체를 선정할 때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실내건축 공사업자로 등록된 건설업자를 택하는 것이 하자보수 등에 유리하고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된 건설업자가 시공한 인테리어의 경우에는 하자보수기간이 1년으로 보장됩니다.